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천안함 격침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의 추가적 군사 도발에 즉각 무력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대북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국내외에 알리는 선언이다. 천안함 폭침(爆沈)은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일 뿐 아니라 동족에 대한 집단살인 행위다. 이 대통령이 밝힌 대응조치는 정당하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유엔 헌장과 정전협정, 남북 기본합의서를 위반한 북에 있다.
이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전쟁기념관 회랑에는 6·25전쟁과 베트남전,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전사한 국군과 경찰, 유엔군 등 21만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천안함 46용사도 얼마 전 이곳에 이름을 올렸다. 전쟁기념관은 애국 전사들의 피 끓는 혼(魂)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북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대통령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은 국제사회가 참여한 조사결과를 ‘남한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몰아붙이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억지를 부렸다. ‘1번’ 어뢰의 증거가 명명백백한 상황에서 그런 검열단이 있거들랑 누구 지시로 어떤 부대가 공격을 했는지 밝히는 조사를 시작할 일이다.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국면 전환을 맞고 있다. 천안함 침몰이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명백히 드러난 이상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친북좌파 정권이 햇볕정책의 미명 아래 잘못 길들인 북의 버릇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때다.
무력도발을 다시 자행하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은 유엔헌장도 인정하는 당연한 권리다. 한 대 친다면 두 대 세 대로 갚을 것이다. 북이 기습공격을 하면 우리는 발진기지를 타격해야 한다. 한미연합 대잠(對潛)훈련, 북한 상선의 우리 해역 통과 불허, 유엔결의안 1874호 및 1718호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북한선박 검색 강화도 북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줄 것이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교류중단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죄는 조치다.
어제 우리 군은 전방지역에 대한 대북 심리전을 6년 만에 재개했다. 북한 군과 주민이 확성기 방송과 대형 전광판을 듣고 보면서 김정일 체제의 실체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북한사회가 크게 흔들릴 게 틀림없다. 북은 “확성기를 조준 격파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효력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대북 조치의 실행 과정에서 북은 우리의 의지를 떠보거나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이 어제 ‘실제적 행동으로의 대응’을 위협한 것처럼 무력 도발이나 모험을 자행할지도 모른다. 우리 내부 분열을 겨냥한 심리전과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지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각종 조치에 대해 북이 나름대로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흔들림이 없어야만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북의 모험과 재도발에 탄탄히 대비해야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가 강조하던 ‘단호한 대응’은 이제 실행으로 들어갔다. 응징은 실효성(實效性)이 생명이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관련 부처와 군, 정보기관들의 협조와 공조는 물론이고 이를 종합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 선언의 내용이 아무리 강해도 실효적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담화가 국민의 상처를 달래주기에 미흡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강력한 군사적 조치도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표현이 지나칠 정도로 절제돼 있다. 3월 26일 금요일 밤, 난데없는 천안함 피폭의 충격 이후 2개월 동안의 국민적 분노를 감안하면 더 강력하게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함 가해 주체로 ‘북한 당국’과 ‘북한 정권’만 지칭하고 김정일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도 답답해 보인다. 북의 잠수정이 김정일의 지시 없이 어뢰를 쏘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정부가 구체적으로 응징을 해나간다면 천안함 사건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긴요하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21개국과 주요 국제기구가 우리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것은 고무적이다. 세계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가 대북 규탄과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외교전을 펴야 한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기필코 설득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폭침은 북의 기습공격이었다는 점에서 방어에 한계가 있었지만 정부와 군은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북한의 암수(暗數)나 역습에 당하면 이명박 정부는 ‘안보무능 정권’의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