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기 소르망]G20, 한국의 문화예술가도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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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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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11월 세계의 중심이 된다. G20은 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강대국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세계 정부’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2008년과 2009년의 경제위기에서 G20은 서로 공조함으로써 그 유용성을 증명했다. 자유무역을 지켰고 공황으로 빠져드는 데서 세계를 구했다.

성장모델 넘어 국가 이미지 수출을

G20 정상회의는 한국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G20은 한두 세대 만에 빈곤국에서 상대적 부유국으로 성장한 ‘한국모델’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물론 나라마다 발전의 패턴은 다르다. 그러나 한국 모델은 보편적 원칙이란 측면에서 배울 게 많다. 국가안정, 기업정신, 국제무역, 교육 등이 발전의 토대가 됐다. 한국은 토지 등을 국가가 관리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의 원조만 기다리지도 않았다. 최근 경제위기에서도 국가가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켰다. G20은 세계가 한국의 경험과 그 발전 원칙을 상기하는 특별 무대가 될 것이다. 사회주의에 물든 서방국이나 원조에 의존하는 빈곤국은 한국에 배워야 할 것이다.

G20은 한국이 세계지도의 어디쯤 있는지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유럽인이나 미국인을 붙잡고 한국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물어보거나 한국을 몇 마디로 묘사해 보라고 질문해 보라. 침묵 혹은 다른 것과 혼동하는 답변만 돌아올 것이다. 잘해야 자동차나 휴대전화의 한두 개 브랜드를 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이미지의 부족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경제적이나 외교적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세계의 소비자가 프랑스제 미제 일제를 선호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문화적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은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핸디캡을 갖고 출발한다. 관광과 문화는 현대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이 관광에서 얻는 수익은 보잘것없다. 또 이른바 한류(韓流)로 불리는 한국의 대중문화상품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수출은 미미하다. 북한과의 대립이란 점을 빼고 한국은 국제무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중국과 비교해서도 한국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문명으로 여겨지지 않고 둘 사이의 중간범주로 이해되고 있다.

전략 짠다면 내놓을 문화자산 많아

G20은 한국이 제대로 된 문화 전략만 수립한다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부터 한국 정부와 서울시, 민간 대기업들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 좋은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한 자산을 갖고 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그것이다. 아시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원시부터 현대까지 한 문명에 속하는 유산을 모아놓은 이 박물관은 모든 세계 여행자의 지도에 오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또 11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광화문 분관이 문을 열지는 못하겠지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은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경복궁에서 한강까지 한국 상징거리의 미래를 외국 대표단과 상주하는 기자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에 이어 G20은 한국이 단지 경제의 한 중심축만이 아니라 문명의 한 중심축임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외교관이나 경제전문가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가가 뛰게 해야 한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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