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빈곤의 시대’ 시험대에 선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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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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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트레이시에선 911 긴급서비스도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한 번 이용할 때마다 300달러를 내든가 아니면 매년 48달러를 내고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빈곤의 시대에 들어섰다. 미국인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대가 만들어 냈던 자유와 번영의 혜택 아래 70년간 풍요의 시대를 살아왔다. 이 기간 정부는 물론이고 대학이나 회사, 자선단체들도 세금 감면 또는 보조금을 통해 아낌없이 베푸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지금은 존스홉킨스대의 마이클 만델바움 국제정치학 교수의 표현처럼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 된’ 시대인 것 같다. 미국인들은 보조금을 받던 시대에서 반대로 환급금을 내야 하는 시대, 동반 승객에게 무료 항공권을 주던 시대에서 짐 개수에 따라 요금을 내는 시대에 살게 됐다. 7년만 견디면 빈곤의 시대는 끝난다고 희망을 가져보자. 이는 우리가 경제난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크게 달려 있다. 부모들은 가장 위대한 세대였지만 우리 세대는 유감스럽게도 작가 커트 앤더슨이 말한 ‘메뚜기 세대’에 불과하다. 선대가 남겨준 번영을 굶주린 메뚜기들처럼 먹고 산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운은 풍요의 시대에서 빈곤의 시대로 넘어갈 때 취임했다는 것이다. 그의 소명은 미국의 갱생을 이끄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미 있는 유권자들을 ‘빌려오는 데’ 성공해 당선됐다. 여기엔 민주당에 투표한 적 없는 공화당원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나라가 잘못된 궤도에 들어섰고, 이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강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미국인들을 21세기로 이끌 자질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에너지 문제, 교육 개혁, 인프라 구축, 경쟁력 향상과 적자 감소 등을 미국의 재건이라는 큰 틀에서 풀지 않고 이 문제들에 따로따로 접근했다. 이런 방식은 개혁정책들을 국가재건 전략에 포함되는 필수적 부분들로 느끼게 만드는 대신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춰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독자적인 개혁처럼 보이게 했다. 그 결과 반대론자나 로비스트들에게 쉽게 가로막히거나 좌절됐다. 건강보험 개혁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들은 잡탕범벅과 같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건강보험 개혁은 미국인들의 거대한 잠재력을 대업을 향해 이끌어 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에 불과하다.

빈곤의 시대 초기에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투자함과 동시에 과거에 낭비했던 대가도 치르게끔 설득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학교나 인프라에는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동시에 대중이 유례없는 복지비용 감소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불행히도 공화당에선 책임감을 찾을 수 없다. 재정적자 증대의 큰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세금을 올리는 정책은 회피하면서 책임 또한 지려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더 권위 있는 화법으로 이야기한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 결국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진실을 요구해야 하며 또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는 대통령을 또 만날 수는 없다.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패하면 우리 모두가 실패한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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