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토머스 프리드먼]지하드.com의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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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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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우리를 스스로 속이지 말자. 실재하는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겠지만 온라인상의 ‘가상 아프가니스탄’은 엄청난 위협이다. 가상 아프가니스탄은 수백 개에 이르는 지하드(성전·聖戰)주의자의 웹사이트 네트워크다. 이들은 젊은 무슬림에게 끊임없이 서구세계에 대항하는 지하드에 참여하도록 영감을 주고 모집과 교육, 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아무리 많은 병력을 보내도 가상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평화는 보장하기 어렵다.

지난주 북(北)버지니아에 사는 미국 국적의 무슬림 청년 5명이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에 대항하는 지하드에 합류하기 위해 스스로 왔다고 파키스탄 경찰에 밝혔다. 이들은 올 8월 e메일을 통해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과 연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온라인 지하드전사 모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시가 심한 이슬람 사원에서 신병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활동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긴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프간전쟁에 동맹국이 많다고 자랑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우리에겐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뿌리 뽑기 위한 동맹군은 더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가상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활개 치는 극단주의 사고와 맞서 싸울 아랍과 무슬림 세계의 동맹군이다. 이슬람 내부에서 사상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랍인과 무슬림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19세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그릇된 사상과 싸우기 위해 남북전쟁을 벌였다.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남부지역의 후손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북부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 내부에서도 그런 싸움이 필요하다. 소수에 불과한 극단주의자들은 이교도뿐 아니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무슬림까지 살해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들이 이슬람 세계에서 최고의 정통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이슬람의 정치·종교 지도자는 거의 없다. 이슬람 지도부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비난하는 율법적 결정을 내린 적은 거의 없다. 지난주 이라크 의회가 자유-공정선거를 치르기 위한 선거법에 합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날 사상 유례 없는 테러로 최소 127명이 숨지고 어린아이를 포함해 400여 명이 부상했지만 이에 대한 이슬람권의 분노는 없었다.

런던 국제전략연구협회의 중동 전문가인 마문 판디 씨는 “지난주 무슬림 세계에서 비난의 초점은 스위스의 미나렛(첨탑)이었지 이라크나 파키스탄에서의 살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과격 지하드주의자들이 다른 무슬림을 죽여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프간이나 파키스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실현되겠는가.

아랍인과 무슬림은 제3자로 이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도 책임이 없다는 식의 분위기는 9·11테러 이후에 나타났다. 미국이 모든 책임과 행동의 주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린아이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랍인과 무슬림은 객체가 아니라 주인공이다. 그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향해 입을 닫는다면 실재하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가상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우리는 물론 그들도 모두 패배하고 말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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