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봉채]함께 만드는 똑똑한 도로정보 길잡이 UTIS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국내에서 도로 정체로 인해 발생한 손실비용은 2007년 기준으로 25조6000억 원이어서 국내총생산(GDP)의 2%를 훌쩍 넘는다. 또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많은 대체 도로는 정확한 정보안내가 부족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통정보 수집과 제공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내년부터 교통상황을 제보하는 모든 운전자에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포함하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고무적이다. 자세한 날씨정보나 지방자치단체 알림과 같은 생활정보는 기본이다. 교통상황 제보를 위해 운전자가 딱히 해야 할 일은 없고 단지 통합교통정보시스템(UTIS)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량을 운행하면 교통정보가 수집되어 교통정보센터로 보내진다.

UTIS는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교통정보시스템으로 질 좋은 교통정보를 만들어 모든 운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 차원에서 교통정보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국을 하나의 교통정보권으로 서비스할 필요가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도시마다 막대한 교통정보 수집 예산을 들였음에도 교통정보의 질이 낮은 데다 도시별로 인접 도시 간의 교통정보가 연계되지 않았다. 또 정보를 사용하는 계층도 한정돼 대부분의 운전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교통정보를 운전자라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기간시설처럼 인식해야 한다.

UTIS 단말기는 하나의 도시에서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도로에 대한 실시간 소통정보를 수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도 서울 시내의 특정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여행 도중에 교통상황이 바뀌면 바로 반영해 안내한다. 또 지금까지는 좌회전과 우회전 여부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지만 UTIS에서는 방향별로 구분해서 정보를 표현하는 기술을 적용해 빠른 길 안내가 가능하다. 자동차전용도로와 같은 긴 도로에서는 부분적으로 반복되는 정체상황까지 알려주므로 운전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운전할 수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면 교통정보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UTIS를 활용해 교차로 신호시간을 안내할 수 있고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는 속도를 안내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노약자의 늦은 횡단과 같은 교차로 내의 위험요소를 찾아 안내해 사고를 감소시키며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중요한 안전표지판을 음성으로 안내해 안전운행을 도와줄 수 있다.

UTIS 단말기는 운전자의 여행길을 위한 안내 수단에서 탈피해 더욱 빠른 길을 알려주는 지능적인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나아가 안전운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운전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핵심장치가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의 구축사업이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 말부터는 UTIS가 탑재된 내비게이션의 민간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다. 운전자의 많은 참여가 있어야 하고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교육과 홍보를 통한 교통사고의 감소 노력이 한계가 있는 만큼 UTIS의 보급으로 소통과 안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둔화된 교통사고율 감소 추세를 개선하는 데 돌파구를 열기를 기대한다. 운전자의 노력과 첨단기술의 도움이 교통문화를 편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정봉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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