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서울시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시티로 변하며 청계천 복원사업의 중요성이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웅대한 비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작은 점이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광화문광장을 거닐거나 아니면 겨울에 새로 조성할 스케이트장에 갈 기회가 있다면, (지나치게 적극적인 당국의 관계자들은 3개월 전에 심은 22만 송이의 꽃을 뽑아내고, 화단이 있던 자리에 아이스링크를 조성한다고 들었다) 세종대왕 동상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문화체육관광부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사이 골목으로 가보길 바란다.
여러분은 시내 한복판의 문화와 관광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 옆이므로 골목에서 발견한 모습을 보고 설치 예술 또는 행위 예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곳은 주변 구역의 쓰레기를 모으는 장소이다. 쓰레기 집하장이 하필 문화체육관광부 옆이거나 청와대 옆에 자리 잡았다는 장소 문제가 아니라 쓰레기를 길거리에 온통 늘어놓고 분류를 하는 집하 시스템이 문제다.
정부의 잘못임과 동시에 시민의 잘못이기도 하다. 시청이나 구청의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시스템은 많은 사람, 특히 나이 든 사람을 고용한다. 만약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다른 곳이 없다면 쓰레기 집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잔인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실현할 수 있는 고령연금 제도를 도입한다든가 하는 대안을 내놓는 일이 가장 이치에 맞을 수 있겠지만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작은 것들이 우리 삶 변화시켜
도시를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시민의 책임은 무엇인가? 많은 시민단체가 생각하듯이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 설득 방법을 찾는 일만이 유일한 전략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은 없을까?
스위스 사람에게서 배울 만한 점이 있다. 스위스의 가장 큰 도시 취리히는 올해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했으며 동시에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및 관광산업 경쟁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는 부유할 뿐만 아니라 살기에 가장 좋으며 관광하기에도 훌륭한 나라인 셈이다. 두바이의 초고층 건물만을 부러운 시선으로 올려다보기 보다는 한국의 정책가는 당연히 이런 도시를 방문해 봐야 한다. 세계의 여러 도시가 부러워할 대상이 되는 데에는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직접 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스위스 사람이 앞서가는 분야의 하나는 현재 서울시가 매우 노력을 기울이는 디자인이라는 요인이다. 도시 개발 디자인, 공공 디자인, 조경 디자인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환경 및 에너지 관련 디자인까지 매우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이룩했다.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개인 주택의 에너지 절감 디자인에 혁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미너기(Minimum과 Energy의 합성어) 하우스’로 불리는 에너지 절감 주택은 외풍이 있고 벽이 얇은 집의 난방을 위해 많은 돈을 낭비하는 한국에 도입하면 참 좋을 것이다.
더욱 도입하기 힘든 점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려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시민의식이다. 스위스의 루체른 또는 베른과 같은 도시를 예로 들자. 봄이 되면 시민이 일제히 거리와 창가에 예쁜 화분을 내다 놓는다. 정부가 강요해서 또는 어떤 단체가 요구해서도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을 더 아름답고 보기 좋게 만들려고 하는 작은 노력에서 시작해 하나의 축제처럼 연중행사가 됐다.
이런 시민의식이 스위스의 다른 도시로 전파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유지한다고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밖에서 보는 이들이 더욱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스스로 실천하고 서로 격려하는 시민의식이 없었다면 취리히가 정부의 노력에 의해서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는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담장 밖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
이런 생각을 한국에 도입하기를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다. 한국에서는 매일 밤 내다버리는 쓰레기처럼 집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사는 집안을 얼마나 멋있게 꾸몄는지, 또 노하우가 무엇인지는 잡지나 생활정보지에서 인기 있는 기사이다. 여러 매체가 이 점에 대해 경쟁적으로 더 나은 정보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사는 담장 밖, 현관 밖의 모습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 또는 공감대를 찾아보기는 힘든 현실이다.
창가에 화분을 놓아두는 작은 실천과 노력으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이 100% 사실이 아닐 수 있더라도 말이다. 하나둘씩 실천한다면 상상이 아름다운 현실로 변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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