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과 정보기관 ‘민간 査察’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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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정치권과 민간에 대한 군(軍)의 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7월과 8월 국방장관에게 ‘지휘참고’라는 제목으로 보고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청와대 행정관 대상 대대적인 물갈이’ ‘골프운동 관련 청와대 분위기’ ‘특정 인사의 국회의원 출마설’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관한 내용은 언론에 공개된 것들도 많아 군이 직접 사찰 활동을 통해 수집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군이 사찰 활동을 했다면 당연히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할 중대한 문제다. 사찰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내용들을 수집해 장관에게 보고한 것은 적절치 못했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본다.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국정 전반에 대한 국방장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었거나 군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참고용 보고”라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특정 의원이 사석에서 말한 내용이나 대통령 지인의 사적 발언이 국방장관이 국정 전반을 이해하는 데 무슨 참고가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 동향은 군 관련 범죄 수사가 기본 임무인 국방부 조사본부의 정당한 첩보 수집 대상이라고 할 수도 없어 그런 첩보를 수집한 경위도 의심스럽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고 “임무 수행과 관계없는 불필요하고 연관성 없는 첩보는 가치가 없고 앞으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국가정보원의 시민 사회단체 활동 압박설이 제기된 적이 있다. 기무사와 국정원은 관련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은 압박설을 제기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나 설 가운데 일부는 군과 정보기관에 대한 좌파세력의 흠집내기용이나 오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군과 정보기관의 일탈을 의심할 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인 김대중 정권에서도 국정원이 도청을 한 사실이 드러나 전직 국정원장 2명이 사법처리됐다. 군과 정보기관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악습이었던 민간과 정치권에 대한 사찰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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