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단협폐지 D-10…전교조 눈치보는 교육청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D-10일, 서울의 일선 학교 교장들은 여러 가지 궁리로 마음이 바쁘다. 2004년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다음 달 1일부터 효력을 전면 상실하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들과 체결한 단체협약은 인사, 학습지도안 결재, 수업공개, 주번교사 지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교사의 편의만을 강조하고 교장과 학부모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해 왔다. ▶본보 20일자 A1면 참조

“학교의 모든 수업을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리플릿을 제작해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 “인사권을 제대로 활용해 유능한 교사를 우대하는 풍토를 만들겠다”, “주번교사를 임명해 청소 등 학교 환경 정비부터 신경 쓰겠다”, “학습지도안을 제출토록 해 수업이 교사 개인의 사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교장들이 제시하는 학교 운영의 청사진을 듣다 보면 앞으로 바뀔 학교가 기대된다.

그러나 교장들의 이 같은 계획을 지원하고 단체협약 해지 이후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방지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해지 열흘을 남겨둔 지금까지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노조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의 대책이나 준비 상황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시교육청 담당 간부들은 “지금은 시기가 이르니 나중에 하자”는 답변뿐이었다. 교장과 학부모들은 학교 변화를 기대하며 D-10일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데 ‘이른 시기’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정답은 공정택 교육감의 재판에 있다. 지난해 전교조가 지지하는 주경복 후보와 치열한 선거를 치른 공 교육감은 아내의 차명재산을 누락 신고한 혐의가 인정돼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다음 달 초 선고공판을 앞두고 괜히 전교조를 자극해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전교조 이야기만 나오면 몸을 움츠린다.

비록 일부 간부라고는 하지만 시교육청 공무원들의 이런 태도는 크게는 학교의 변화와 개혁을 막는 것이며, 작게는 공 교육감을 위하는 행동도 아니다. 교육정책과 행정의 중심은 학교와 학부모가 있는 교육현장이지 교육감이 아니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을 과감히 깨고 원칙대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갈 때 학교의 변화와 개혁이 시작된다. 공 교육감에 대한 긍정 여론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면 ‘직무 유기’고, 몰랐다면 ‘능력 없음’이다.

김기용 교육생활부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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