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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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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30여 명이 동참해 실상을 생생히 증언했고 제성호 북한인권대사도 정부 인사로는 처음 동참했다. 수용소에서 당한 모진 고문으로 움푹 파인 허벅지 상처를 공개한 여성 탈북자 방미선 씨의 사연은 기자회견장에 모인 많은 미국인을 숙연하게 했다. 남편이 굶어 죽은 뒤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가 인신매매단에 넘겨져 여러 차례 강제결혼을 하기도 한 그는 “북한 내 6개 이상 수용소에 갇힌 북한 주민 20만여 명은 매일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고 증언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그룹과 인권운동단체도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 맞춰 북한인권토론회를 연 피터슨연구소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에 있는 탈북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경각심을 촉구했고, 비영리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도 64쪽짜리 종합인권보고서 ‘거래되는 인생’을 내놓았다. 국무부도 특별성명을 내고 “미국은 고향을 탈출한 북한 주민들의 곤경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내 정착 방안을 포함해 이들의 보호를 확실히 하기 위해 국제기구 및 외국 국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북한 인권문제에 비판적인 미국 의원들의 꾸준한 참석이 있었지만 새로운 의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나 과거 행사에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면담이 종종 성사됐지만 올해는 국무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만남에 만족해야 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한 미국인들의 끊이지 않는 열정과 집념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행사였다.
2년째 워싱턴 현장에서 북한자유주간을 취재한 기자는 행사 관계자에게 “1주일 목소리를 높인들 무슨 진전이 있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질문 앞에서 말을 잃고 말았다.
“매년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할 때면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을 주변에 알린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이런 행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의 국회가 아닌 미국의 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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