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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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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병무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업체나 오프라인업체 등 민간 영역에서도 정보누출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공공기관에서의 정보 유출보다는 오히려 사적 영역에서의 개인정보보호가 더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요즘처럼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정보 권력에 의해 감시를 받거나, 인격이 물건처럼 목록화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자신의 은밀한 내면적 영역이 유리알같이 외부에 다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시각차가 드러난다. 유럽연합(EU)에서는 미국행 유럽 승객의 개인정보를 미국 세관당국에 넘겨줄지에 대해 큰 논란이 있었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보호에 관해 유럽은 다소 엄격한 법률규제방식을 취하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적영역에서 자율을 중시하여 보호 정도가 유럽에 비해 느슨하기 때문이다.
주민번호 제공 꼭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는 미국식 사고와 같이 일반 성인은 자신이 알아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보 제공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자율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보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초고속인터넷 보유율이 세계 1위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이 선택이 아닌 생활필수재로 되었고 거대한 민간업체가 정보를 장악, 독점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
개인정보 제공에 있어서의 자율, 즉 동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정보가 제공되는지에 대한 고지와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이해의 바탕 위에서 개인은 스스로 노출하고자 하는 프라이버시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 제공의 대가로 싸고 풍부한 지식정보를 제공받도록 정보 제공에 따른 서비스가 동의와 적정한 대가관계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
최선의 정보보호대책은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것이지만,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가입 시 어느 정도까지가 서비스 이용에 필수적인지 구체화하기 어렵다. 사업자의 무차별적 수집 관행 때문에 주민등록번호가 중국의 암시장에서 거래가 될 정도에 이르지 않았는지 국민의 불안감은 대단하다. 우선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 수집의 필수항목인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는 원래 공적 확인을 위해 출발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편으로 기업의 개인정보보호가 너무 허술하다고 여론의 몰매를 맞다 보니 고객정보 활용의 측면이 다소 위축된 듯하다. 전자상거래에서 고객정보로부터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여 이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비용 절감과 효용성 면에서 필요하고, 맞춤형 광고는 소비자도 원하는 바이다. 여기서 정보보호의 이념과 정보 이용의 중요성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비용 아끼려다 파산할 수도
본인이 원치 않는 스팸메일은 사적 공간에 대해 간섭받지 않을 프라이버시의 침해이나, 원래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비(非)민감 정보다. 그렇다면 사실에 기초한 상업적 광고에 대하여는 사전 동의가 아닌, 수신거부 후 전송금지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기업의 표현, 영업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기본권 충돌을 해결하는, 상생의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해 드러난 일련의 정보누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이 이윤과 비용 절감에만 치중하다 보면, 정보보호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정보보호에 관한 교육과 비용투자를 귀찮아하는 여태까지의 관행과 업무스타일을 계속하면 파산의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 경영자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하면서 보안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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