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퍼 쓰기’ 청와대서 구청까지

  • 입력 2007년 6월 14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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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1월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사업예산 없이 운영비만 6억 원으로 올해 예산을 짰다. 하는 일 없이 문화부 관료 출신인 재단 직원 6명이 인건비와 직책수행비, 기관운영비로 1인당 1억 원씩 쓰는 퇴직 관료의 ‘밥벌이 재단’이다. 서울 성북구청은 2년 반 동안 출장을 가든 안 가든 출장비 명목으로 47억 원을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 58명은 해외 연수비 명목으로 500만 원씩을 받았고 그중 36명은 해외 연수를 가지도 않았다. 그사이 국민은 세금 내느라 피와 땀을 흘렸다.

국가예산을 퍼 쓰는 관(官)의 혈세 낭비는 일선 구청부터 정부 부처, 청와대까지 위아래가 없다. 건설교통부는 작년 한 해 1600건이나 해외출장을 보내 감사원의 예비조사를 받았다. 방문 대상인 외국 기관은 한국 공무원들이 중복 출장을 오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에 따라 공직을 나눠 주는 보 은(報恩)인사로 세금 낭비를 조장했다. 연봉 1억2000만 원의 공기관 감사를 지낸 김남수 씨는 세금 낭비의 한 모델이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노 후보의 노동특보를 지낸 그는 대통령비서관이 됐고 2006년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 뒤 골프금지령을 무시한 채 공을 친 사실이 발각돼 물러났다. 청와대는 넉 달도 안 돼 김 씨를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에 임명했다. 한나라당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감사들의 ‘이구아수 폭포 출장’은 그가 주도해 추진됐다. 김 씨는 추진만 하고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난달 감사직을 떠났다.

대통령부터 말단 구청 직원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내는 국민의 노고를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예산 낭비가 생길 리 없다. 올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작년보다 20만 원 많은 383만 원이다. 유리알 지갑의 봉급쟁이가 내는 근로소득세는 현 정부 들어 81%나 늘었다. 그럼에도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급증했다. 선진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면서 세금 부담과 나랏빚을 늘려 놓고는 청와대부터 말단 구청까지 자기들 생색내기와 복지 챙기느라 바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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