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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6일 0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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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잔여임기 1년 4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북한의 핵 위협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위 최고책임자가 보여야 할 자세는 국가 위기를 슬기롭고 단호하게 관리하며, 안보를 탄탄하게 다지는 방책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북핵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와 함께 내정(內政)도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수록 정부는 국민이 최대한 안심할 수 있도록 국정 챙기기에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장을 한 달 넘게 공석 상태로 두는 것도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이다. 국회는 여야 대립으로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및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법적 하자와 여론의 반대를 무시하고 전 씨를 헌재소장으로 고집하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청와대가 국회에 ‘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요청한 것은 보고서 채택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관에 이어 헌재소장 임명을 강행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헌재소장 임명권은 국회의 임명동의권에 의해 견제받는 권한이다. 헌법정신에 비춰 보더라도 대통령이 전횡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역량과 법률상 문제점이 드러났으면 새 후보를 찾아 임명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 헌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순리로 푸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세다.
북핵 충격 속의 경제정책 운용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 미흡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핵실험 직후 경기부양책 추진을 시사했다가 “상황을 더 지켜본 뒤 내년 경제운영계획에 반영해 연말에 발표하겠다”고 하루 만에 물러섰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도 성장엔진을 재점화할 전략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국민 앞에 겸허하지도 않은 정부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지적하자 “점수로 치면 80점”이라고 큰 소리쳤다. 집값 땅값을 폭등시키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으니 어찌 이런 장관에게 정책을 맡길 수 있겠는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가 무리하게 낙하산 인사를 감행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이 드러났는데도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비서관은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을 윽박지르듯이 안하무인격의 답변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이 이들을 역성들지 않고서야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그렇게 오만방자할 수가 있겠는가.
나라가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을 안심시키고 믿음을 주는 국정을 펴야 성실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 상층부는 ‘국민을 섬긴다’는 마음가짐은 없고 ‘내 멋대로 한다, 어쩔래’ 하는 일그러진 오기만 넘쳐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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