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일과 삶/정지영]남편에게,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많이 힘들지?” “당신을 믿어요.”

최근 사내 설문에서 기혼자들이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다며 꼽은 표현들이다. 얼핏 보기엔 그저 평범하고 쉬운 말 같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일, 양육, 가사를 동시에 짊어진 우리네 부부들의 소박한 소망과 애틋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한마디다.

또한 설문 응답자의 절반은 배우자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선택했다. 보통의 부부들이 일상 속에서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나 애정의 표현에 얼마나 소홀한지 추측되는 대목이다.

총각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진솔한 애정 표현을 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결혼에 성공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30대 후반의 후배도 “사랑한다거나 수고한다는 말을 언제 했었는지, 아내와 단둘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젠 쑥스럽기도 하다”고 한다. 결혼 전까지는 편하고 일상이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쉽게 꺼내 다룰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노라면 매일 수많은 쇼핑객을 매장에서 접하게 되는데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거나 다정하게 손잡고 걸으며 즐거운 대화의 꽃을 피우는 백발 또는 반백의 부부를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 스승, 선배, 자녀 등 각자의 그 누군가에 대해 평소 가슴 깊이 간직했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꺼내 되새겨 보고 아름답게 표현도 하는 때다. 그런데 왜 부부 이야기는 화두가 되지 못하는 걸까.

부부는 가정의 기본 단위이며, 부부 사랑은 가정 행복의 절대 필요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5월 21일 부부의 날은 꼭 되짚어 볼 만한 날이다.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정해 달라고 국회에 청원했다고 한다. 부부의 날을 5월 21일로 정한 이유는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라 들었다. 핵가족시대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 청소년 문제, 고령화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부의 날이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부부의 날 위원회’가 지역별로 부부 축제, 부부 음악제 등을 열고 일부 백화점이나 기업에서 기념행사를 하긴 하지만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사회 전체에 환기시키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금년 5월은 큰 아쉬움을 남긴 달이다. 촌지 문제 때문에 전국 초중고교 70%가 스승의 날에 자율 휴교를 했다. 블랙데이, 로즈데이, 허그데이 등 유래와 국적을 알 수 없는 기념일은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은 잊혀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이번 부부의 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부부의 소중함과 참가치를 되돌아보면 좋겠다. 이제는 부부도 5월의 당당한 주인공이면 좋겠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