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 고세중씨…우즈베키스탄 기형아 2명 무료수술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심각한 선천성 기형을 가진 우즈베키스탄의 어린이 2명이 국내 의사들의 국경을 초월한 인술(仁術) 덕분에 새 삶을 얻게 됐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병동 의료진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글로라양(2)과 로마군(5)을 따뜻하게 맞았다.

선천성 척추기형인 글로라양은 날 때부터 등에 생긴 어른 주먹 크기의 혹 때문에 한번도 바로 누워 자본 적이 없다. 게다가 혹에 생긴 염증을 통해 뇌척수가 계속 흘러나와 그대로 방치하면 뇌막염 등 각종 합병증으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로마군도 왼쪽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이 날 때부터 아예 퇴화돼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목발을 짚고 살아왔다.

이들은 각종 선천성 장애 때문에 버림받은 2∼7세의 어린이 30여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소도시인 기브로이에 있는 국립보육원에서 살고 있었다.

이들이 새 삶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우즈베키스탄에서 7년째 선교사로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고세중(高世重·44)씨의 숨은 노력 덕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하던 고씨는 96년 한 민간단체의 봉사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에 간 뒤 현지 병원에서 불우한 어린이와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인술을 펼쳐왔다.

2년 전 두 어린이를 처음 알게된 고씨는 이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수술이 시급했지만 현지의 의료 수준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결국 고씨는 모교에 도움을 청했고 대학과 병원측도 취지에 공감해 두 ‘어린 천사’를 초청, 무료 수술을 해주기로 한 것.

연세대 의대와 병원측은 2000여만원의 수술 치료비를 외부 기관의 기금과 병원의 교수 성가대가 주축이 돼 모은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두 어린이는 7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받은 뒤 한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고씨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마치면 일반인과 다름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며 “두 어린이 모두 건강을 되찾게 해준 한국 의료진의 도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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