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동생 김옥임씨 인터뷰]“관련자 반드시 심판을”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47분


“87년 당시 간첩조작사건에 관련됐거나 이 사건을 왜곡 은폐하려 한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엄중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합니다.”

지난달 20일 홍콩 외곽의 한 묘지에 묻혀 있는 언니 수지 김(본명 김옥분·金玉分)의 묘소를 처음 찾았던 동생 김옥임(金玉任·40·충북 충주시 칠금동)씨는 여전히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14년만에 찾은 언니는 연고없는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묻혀 있었고 묘비에는 ‘1992년 공묘(公墓)’라는 글자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언니가 묻혀 있는 묘지에만 풀이 안났더라구요.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 어떤 보상으로도 우리 가족들이 당한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권력의 횡포에 희생당한 언니의 억울함이 깨끗하게 가셔질 수 있기만 바랄 뿐입니다.”

김씨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정보기관이 어떻게 억울하게 죽은 살인사건 피해자를 혼미했던 정권의 호도용으로 이용하고 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감춰둘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관련자 중 누구 하나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침묵하고 빠져나가려는 파렴치함에 김씨는 분노했다.

특히 김씨는 “‘주간동아’의 수지 김 사건 의혹 보도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최고위 간부라는 사람이 국가정보원의 협조 요청에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중단시키고 진상을 은폐하려한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도대체 우리나라의 사법기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지난달 열린 첫 재판 때 언니가 묻혀 있는 홍콩의 공묘에서 가져온 한줌의 흙을 재판정에 가져갔다. 김씨는 “한 가정을 파탄내고 14년이라는 고통의 세월을 겪게 하고도 티끌만큼의 죄책감 없이 ‘공소시효 소멸’을 기대하며 면죄부를 받아보려는 윤태식의 뻔뻔한 얼굴을 보고 사람이 어떻게 이럴수 있을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먹였다.

김씨 가족들은 다음달 2일 홍콩에서 가져온 묘지의 흙으로 충주의 한 사찰에서 15년만에 언니의 명복을 비는 첫 제사를 올릴 예정이다.

<충주〓장기우기자>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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