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60년만에 귀국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19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중국으로 끌려간 박옥선(朴玉善·79) 할머니가 6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여성부는 박 할머니가 가족 초청 형식으로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할머니는 입국 당시 마중 나온 남동생(75·부산 거주)을 껴안고 “방직공장에 가는 줄 알고 일본군을 따라 나섰는데 이제야 돌아오게 될 줄이야…”라며 오열했다(사진).

1941년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 그는 1945년 퇴각하던 일본군에 섞여 보름 동안 산중을 헤매다 오지인 무링(穆稜)에 정착했다.

현지 조선족과 결혼해 2남1녀를 두었으나 10여년 전 남편과 큰아들은 병사했으며 작은 아들은 사기를 당해 어렵게 살아왔다. 국내에 있는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도 박 할머니를 도울 형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위안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의 귀국은 한국정신대연구소(소장 고혜정·高惠貞)가 한국으로 시집온 조선족 동포의 제보를 받고 올 4월 중국 현지조사를 거친 뒤 남동생을 찾은 끝에 이뤄졌다.

여성부는 “박 할머니의 고국 방문은 10여명인 중국 거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며 “영구 귀국시켜 위안부 관련 지원법 등에 따라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할머니의 국적은 중국이고 국내 호적에는 사망자로 처리돼 있어 국내에 정착하려면 재판을 통해 국적변경 호적회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