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50대까지 매년 제자들 불러 '만참 정담'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29분


“스승의 날은 스승과 제자가 진리를 추구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격려하고 대화를 나누는 날입니다.”

경희대 나종일(羅鍾一·61·정치외교학·전 국가정보원 차장)교수는 89년부터 매년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어 화제다. 스승의 날 만찬에는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제자에서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50대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60여명이 참석해 왔다. 대학생 회사원 사업가 고급공무원 교수 등 제자들의 직업도 가지가지.

나교수가 스승의 날마다 제자들에게 만찬을 베푸는 것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한 그의 남다른 철학 때문. 나교수는 사제지간은 일방적인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가 아닌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듯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선생도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성숙해집니다. 제자들에게 올바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면서 다시 한번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또 뛰어난 제자들로부터 지적(知的)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나교수는 한번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으면 평생 지속되는 한국적 사제관계를 아름다운 문화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칫 권위주의적으로 흘러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달 말경 영국주재 대사로 부임하는 나교수는 요즘 그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올해도 14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제자들과 스승의 날 만찬을 갖는다.

<현기득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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