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현씨 '아름다운 혼' 되어 귀향

  • 입력 2001년 1월 30일 16시 57분


이수현씨 유해 부산공항에 도착
이수현씨 유해 부산공항에 도착
일본 도쿄(東京)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李秀賢·26·고려대 무역과 4년 휴학)가 30일 '아름다운 혼(魂)'이 되어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김해공항을 통해 돌아온 이씨의 유해는 그가 자주 찾았던 집 근처 사찰인 정수사 설법전에 안치돼 마침내 안식(安息)을 찾았다.

▽귀국=이씨의 유해는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2)씨의 품에 안겨 이날 오후 1시55분경 대한항공편으로 도쿄 나리타(成田) 공항을 출발, 오후 4시 20분경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서는 이씨의 모교인 고려대 주관으로 임우영(林雨榮)부총장과 박상순(朴祥淳)서창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동문, 동료학생 등 2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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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입학동기인 박형선(朴亨善·27)씨는 추도사에서 "학형의 피는 이 나라 이 땅에 인간생명 존엄성을 다시금 상기시킨,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할 실천하는 행동이었고 살신성인의 정신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또 뚜렷이 아로새겼다"며 명복을 빌었다.

▽안치=이씨의 유해는 자택인 부산 연제구 연산9동 동서그린아파트 가동 801호에 잠시 들렀다가 정수사로 옮겨졌다. 이 곳에서 거행된 이씨의 첫 재(齋)에는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과 가토리 요시노리(鹿取 克章)일본대리대사 등 일본측 관계자, 신도와 유가족 등 200여명이 몰렸다.

주지인 원광(員光)스님이 주도한 행사는 유해인도에 이어 천수경과 아미타경 봉독, 법어, 영가(靈駕·영혼)안치 등의 순으로 40여분동안 진행됐다. 이씨의 유해는 불교의식에 따라 법당에서 49재를 지낸 뒤 사찰내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한편 이씨의 모교인 내성고는 이날 학교정문에 '동문 이수현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추모비 건립과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일본 출국=이씨의 유해가 떠난 나리타공항에는 이씨가 유학중이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이사장과 한국인 유학생 등 20여명이 나와 배웅했다.

출국에 앞서 아버지 이씨는 "남을 도우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아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아들의 장례식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준 일본 정부와 시민, 학교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에 앞서 이씨 부모는 이날 오전 이씨와 함께 행동하다가 목숨을 잃은 세키네 시로(關根史郞)씨의 어머니 지즈코(千鶴子·76)씨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기 위해 내각차원에서 감사의 뜻을 담은 목배(木盃·나무잔)를 수여하기로 했다.

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간사장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을 방문, 조의를 표하고 공명당 명의의 조의금을 전달했다.

<조용휘·석동빈기자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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