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2사단 사병 방송반 ‘GBS’ 호평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장병여러분,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GBS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9시50분 충청지역 향토사단인 육군 제32사단(사단장 유우식·柳雨植소장) 기동대대 내무반.

이 대대 사병으로 구성된 방송반 ‘GBS’가 만든 프로그램이 각 내무반의 TV모니터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송내용은 ‘병영진단’.

노란 완장을 찬 1일기자가 부대 내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곳은 식당입니다. 비교적 깨끗하지만 바닥은 이처럼 물기가 있습니다.” 1일기자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자 카메라는 바닥을 클로즈업한다. 리포트가 끝나자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 옮겨진다.

회장겸 메인 앵커인 노귀성병장(24)은 “행군 후 다리 불편을 호소하는 전우가 많습니다. 휴식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라며 지휘관을 ‘꾸짖는’ 멘트를 서슴지 않는다. 이 방송을 듣던 대대장 김수원(金守源)중령은 즉각 소대장을 불러 환자 현황을 파악하도록 지시한다.

이어 동료사병의 건의사항, 모범전우 소개 등으로 방송은 10분만에 끝났다.

이 부대에 방송반이 생긴 것은 4월. 지휘관과 사병, 고참과 하급자와의 언로(言路)를 개방하기 위해 사병들이 건의해 만들었다. 12명이 회장 편성책임자 아나운서 카메라담당 1일기자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장비는 카메라와 편집기, 3평짜리 사무실이 전부이지만 부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대장 김중령은 “위계질서가 생명인 군대지만 방송반 목소리는 자유롭고 거침없어 새삼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카메라담당 신기호병장(23)은 “훈련이외의 시간은 스튜디오에서 보낸다”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어 제대 후에도 비슷한 계통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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