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창흔씨 평생재산 '꿈나무재단' 기탁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부산 출신의 사회복지가였던 고 오창흔(吳昶昕)씨. 그는 89년 2월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숭고한 뜻은 면면히 이어져 ‘꿈나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고인의 생전 직업은 소아과 의사. 일제강점기에 보통학교(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독학 끝에 1936년 의사고시에 합격, 제주에서 병원을 개업한 뒤 전남도립병원장까지 지냈다.

그는 어린이들의 몸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를 원했다. 이 때문에 74년 고향인 부산으로 되돌아가 인산(仁山)흥학회 등 장학재단을 세워 불우학생을 뒷바라지했다.

그는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를 바르게 이끌고 정성 들여 보살펴야 한다. 커 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따라 민족의 장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평소 소신을 동아일보를 통해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77년 4월1일 3500만원어치의 한국전력 주식을 동아꿈나무재단에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84년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의 대부분인 3억9000여만원을 쾌척했다. 이 기탁금은 현재 19억여원으로 불어났다.

고인은 당시 이 기탁금을 2000년부터 △불우청소년 장학금 △장애인 돕기 △문예창작 △청소년 선도 등 4개 분야에 사용해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동아꿈나무재단은 8, 9일 이틀간 그의 뜻을 펴는 첫 사업으로 ‘2000 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를 개최한다.

고인의 둘째 아들인 고려대 오정훈(吳政勳·54·경제학과 교수)총무처장은 “이번 행사를 접하니 10여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이 다시 살아 돌아오신 것 같은 감회를 느낀다”며 “아버님의 뜻을 담은 나머지 복지사업도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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