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共存共榮’을 위한 첫걸음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비행기트랩 아래까지 영접을 나온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반갑게 두 손을 잡는 모습은 우리에게 절절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김대통령을 맞는 어제 하루 평양의 모습은 남북한간에 새 역사가 시작됐음을 온 세계에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두 정상은 이같이 극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공항에서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차안에서 약 1시간, 그리고 영빈관에 도착해서 20여분 동안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1차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를 만들어가는 문제를 얘기했고 김위원장은 북측이 얘기하고 싶은 것을 분위기조성 차원에서 언급했다”는 것이 통일부측 설명이다. 두 정상의 단독 대담이 상당히 긴 시간 진행된 것으로 보아 남북한간의 현안에 대해 광범위한 1차 의견 개진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김위원장이 언급했다는 “북측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한 발언이나 파격적인 ‘차중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열의를 나타낸 것을 보면 북한측도 이번 정상회담의 결실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든 오늘 다시 회담을 갖는 두 정상이 분단 55년의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넘어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미 본란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남북한은 지금 당장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우선 민족의 화해와 화합을 통한 평화의 초석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도 바로 그러한 민족사적 과업을 이룩하는 역사적 기회로, 남과 북이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존 공생 공영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김위원장이 공항에 나와 김대통령의 숙소까지 동행한 것이나 김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해준 평양시민들의 ‘손님맞이 정성’의 진심을 믿는다. 특히 김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한 성의와 정성이 쌓이면 결국 불신의 벽 대신 굳건한 신뢰의 다리가 놓일 것으로 확신한다.

김대통령은 이날 평양도착성명에서 북녘동포들에게 “우리는 한 민족, 공동운명체”라며 “우리 굳게 손을 잡자”고 제의했다. 김대통령의 이 같은 제의가 오늘 다시 열리는 김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결실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두 정상은 분단 55년의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는 실질적인 대화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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