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터넷 도서관'만든 번역가 표정훈씨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52분


“저 높은 하늘에 있는 천당은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 아닐까?”

열광적인 독서가였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한 말이다.

표정훈씨(31)는 그 천당을 지상에 세우려하는 ‘프로메테우스’다. 그러나 그는 땅 위에 도서관을 짓지 않는다. 그의 홈페이지 주소(http://members.tripod.co.kr/john1214)는 그가 인터넷 공간에 세운 거대한 책세상으로 향하는 입구다.

“제가 읽었던 좋은 책들, 그 책이나 저자와 관련된 사이트, 세계 각국의 출판사와 서점들, 중요 서평지, 도서관 등 300여개의 사이트가 링크돼 있습니다.”

그의 홈페이지에서는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흥미로운 외국서적에 대한 브리핑과 이미 출간된 책들의 뒷 이야기, 세계각국의 기기묘묘한 서점 등을 만날 수 있다. “87년 영국에서 초판이 나온 ‘How to Get a Ph.D’는 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지만 박사학위라는 것의 본질을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도 제공한다”는 등의 책 소개는 읽는 재미가 톡톡하다. 서점 사이트 중 그가 가장 애용하는 미국내 헌 책방 연합체 www.bookfinder.com처럼 원하는 책이 미국내 어떤 서점에 있는지를 알려주고, 이메일로 주인과 책값 흥정도 가능한 사이트들에 대한 정보는 실용적이다.

“3년여 전 우연히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들어가본 게 책 자료 찾기의 시작이었어요. 나도 이런 방대한 정보를 한번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서강대)과 대학원(성균관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표씨의 공식적인 직업은 번역가. ‘중국의 자유전통’(이산) 등 꽤 묵직한 책들을 한국어로 옮겼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묘비에 번역가보다는 ‘전설적인 서퍼, 여기 잠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지길 바란다. 오로지 책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루 8시간씩 인터넷 서핑에 매달리며 지금껏 직접 둘러보고 평가한 도서 출판 관련 웹사이트만해도 5000여개. 구사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어 외에 일어 영어 독어 중국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서핑에 큰 힘이 됐다.

표씨는 5월말경 지금까지의 홈페이지 서핑경험을 기반으로 도서출판 전문 웹사이트 ‘궁리닷컴(www.kungree.com)’을 연다. 2500여개의 서로 다른 도서 관련 사이트들이 링크되는 ‘궁리닷컴’은 특히 인문서와 교양과학책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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