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아이디어' 화제의 두 기업인]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세솔'의 최진호사장▼

㈜세솔의 최진호사장(52)이 나이 50이 넘어 ‘휴대용 소화기’ 개발에 나서게 된 연유는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전자 특판부장이었던 최사장은 어느날 고객의 사무실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급히 달려갔다. 까맣게 탄 사무실에서 그 고객은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이 안돼 초기에 불을 끄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가 늘어난 데는 불을 끄느라 마구 뿌려댄 소화기 분말가루가 남긴 ‘후유증’ 탓도 컸다. 비싼 컴퓨터들이 하얀 분말가루를 뒤집어 쓰는 바람에 못쓰게 돼버렸다.

‘뭔가 간편하고 ‘뒷 끝’이 없는 소화기는 없을까’.이런 생각이 이때부터 최사장의 머릿속에 ‘숙제’처럼 들어앉았다.틈날 때마다 소화기를 갖다놓고 이모저모 살펴보는 등 공부하고 조사를 했다.

“소방훈련이 제대로 안된 탓도 있지만 설령 소화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사용법이 까다로워 막상 불이 났을 때는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게 기존 소화기의 문제였어요”

그후 직장을 나와 친구와 다른 사업을 해보기도 했던 최사장은 결국 2년전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번 사업화해보기로 하고 소화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사장은 제품의 조건을 딱 한마디로 설정했다.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편리할 것’.

“기술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어요. 다만 그런 제품을 만들어낼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렇다고 제품개발이 순탄한 건 아니었다.

퇴직금에다 은행빚까지 얻어쓰면서 1년반여를 투자한 끝에야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최사장은 7년만의 결실인 이 제품에 ‘예스 119’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게 250g의 소형에 모기약 뿌리듯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예스 119’는 최사장이 당초 마음먹었던 대로 어린이들도 간단히 쓸 수 있다. 뿌린후 분말가루도 남지 않고 최초의 야광 소화기라 어둠 속에도 찾기 쉽다. 02-574-1190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월드티비에스'의 정국진 사장▼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월드티비에스의 ‘다기능 유아용 이동기구’는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누구도 선뜻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아기를 키우는 집이면 필수품인 유모차 캐리어 보행기 등 세가지 기구의 기능을 한 데 모아놓은 이 제품은 상황에 따라 세가지 중 한가지 용도로 쉽게 바꿔 쓸 수 있게 돼 있다.

가령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외출하다 계단을 만나면 캐리어로 바꿔서 어깨에 메고,혼자 놀 때는 보행기로 쉽게 ‘변신’한다. 한두 동작만으로 유모차를 보행기로, 보행기를 캐리어로 바꿀 수 있다.

세가지 기능을 하면서도 알루미늄 소재로 돼 있어 무게는 세 개의 기구 중 가장 가벼운 캐리어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다.

작년 가을 개발된 이 제품은 차츰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이븐 플로사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이 회사 정국진사장(34)은 “이븐플로사가 ‘우리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쇼킹한 아이디어’라고 감탄하더라”고 말했다.

이븐 플로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소매점인 월마트 등 해외 유명업체들로부터도 들어오고 있다.아직 주문량은 10∼20만달러 수준이지만 국내외에서 이 제품 얘기를 듣고 주문을 해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정사장의 설명.

세가지 제품을 한데 모아놓았지만 가격은 최대한 내려놓았다.

정사장은 “기존의 유아용품 업체들과 달리 유통경로를 단순화한 덕분에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사장은 이 제품 외에도 그동안 참신한 유아용품을 많이 개발했다. 젖병을 잘 잃어버리는 주부들을 위한 ‘젖병 목걸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유아용 신발 등도 그의 ‘작품’.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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