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이민 수천명, 멕시코 국경차단으로 과테말라에서 정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20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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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가 국경교량 18일 차단, 업무 입국자만 허용
캐러밴 2천여명 과테말라서 갈길 막막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의 국경을 이루는 수치아테 강 위의 교량이 과테말라에 도착한 중미 이민의 캐러밴을 막기 위해 멕시코 측에서 통행을 차단했다가 일요일인 19일 다시 일부 업무차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만 개방되었다.

하지만 2000명이 넘는 이민들은 이 다리의 과테말라 쪽에 있는 테쿤 우만에서 밤을 보냈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이다. 전날 이들은 교량을 건너려고 시도했지만 국경이 차단되어 실패했다.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멕시코는 이민행렬이 북쪽으로 통과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누구든지 멕시코 당국에 신청을 하면 멕시코 남부에서 농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 취업하게 해준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중미 이민들은 멕시코에 머물지 않고 통과해서 미국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일요일인 19일 국경부근 성당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길게 줄을 선 이민들에게 뜨거운 콩요리, 달걀, 토르티야와 커피 등의 급식을 해주었다. 테쿤우만 중심가에 있는 이 교회는 스페인 정복시대 양식의 건물로 꼭대기에 종이 매달린 전형적인 옛 성당 건물이다.

알프레도 카마레나 신부는 “우선 교회 한 곳이 다 차고 넘쳐서 다른 잠자리를 임시로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에서만 2000명 넘는 이민들이 밤을 보냈지만, 앞으로 며칠 내에 몇 백명이 더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 국립 국경수비대는 18일 “멕시코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커다란 철문을 굳게 닫고 로돌포 로블레스 다리를 건너려던 중미 이민 수천명이 건너오지 못하게 국경을 봉쇄해 버렸다.

군중이 밀고 들어올 것에 대비해서 철책의 멕시코 쪽 안에는 진압장비를 갖춘 멕시코 군대가 인간장벽을 이루고 첩첩이 경비에 나서며 이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멕시코의 벤센테 에르난데스 장군은 녹색 철책 너머에 군대를 거느리고 서서 “누구든지 우리에게 신청을 하면 멕시코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선전문구를 되풀이 외쳤다. 그는 누구든지 다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에 정착을 원하는 사람들은 20명씩 무리를 지어 국경을 넘었고 날이 저물어갈 무렵에는 약 300명의 이민들이 멕시코에 이민신청을 하고 넘어갔다.

멕시코가 영주권 등 법적 지위 대신에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말하는 것은 빈곤과 폭력을 피해서 자기 나라를 등지고 떠난 중미 이민들의 문제를 보다 인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긴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에서는 벗어나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 트럼프정부의 관세 폭탄 위협 등 강압과 설득에 의해서 중미 이민들이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미국 이민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경을 몰래 넘어가려는 이민들을 막기 위해서 멕시코 이민당국은 드론까지 동원해 밀입국자를 적발하고 있다. 국경 수비대의 병력도 평소보다 훨씬 늘렸다.

가장 최근에 출발한 캐러밴이 17일 멕시코에 도착하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대통령은 멕시코가 전보다 더 장기적으로 이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남쪽 국경지대에 4000개의 일자리를 더 마련해줄 수 있다. 주택과 의료혜택 등 모든 지원을 하겠지만 단, 그것은 멕시코 안에서 살겠다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멕시코 국내에서는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이런 제안에 대해 논란이 많다. 멕시코 역시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인데다 수 백만명의 실직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멕시코 국민들에게도 똑같은 수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의 제안에 대해 과테말라 국경에 도착한 중미 이민들은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멕시코에 살겠다고 신청하는 순간 멕시코 경찰에 넘겨져 강제 추방 당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민들을 그렇게 모집해서 멕시코가 남부 국경의 이민들을 막는데 동원하는, 이기적인 동기로 일자리 제공을 말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멕시코 국경의 강가에 몰려든 중미 이민들은 혹시나 더 많은 인원이 모여서 대군중이 되면 국경을 밀고 들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경비병이 없는 강가로 가서 최근 수위가 무척 낮아진 강을 건너 멕시코 세관의 검문 없이 북쪽으로 갈수 있을 지에 대해 모색중이다.

[테쿤우만 (과테말라)=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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