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청한 ‘물벼락 갑질’ 조현민 영장… 검찰 “피해자가 처벌 원치않아”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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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강 수사 뒤 검찰 송치”… 법조계 “무리한 영장” 지적
직원들 “한진일가 퇴진” 집회


‘물벼락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사진)에 대해 경찰이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

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종합할 때 범죄 혐의가 인정됨에도 조 전 전무가 이를 부인하거나 변명하고 있다. 또 피해자 측과 접촉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있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올 3월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 관련 회의 중 일부 참석자를 향해 유리컵을 던지거나 음료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전무가 1일 경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탓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검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경찰의 영장 신청 후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추가로 표현했다. 피해자 2명 모두 동의함에 따라 조 전 전무의 폭행 혐의를 물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또 “유리컵을 던진 부분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것으로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업무방해 부분도 광고주인 조 전 전무가 업무적 판단에 따라 회의를 중단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현장 녹음파일 등 증거를 이미 확보했고 조 전 전무의 주거지가 일정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도 없다는 점도 기각 결정에 반영됐다.

앞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후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비슷한 사건에서 피의자를 구속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충실한 보강 수사를 통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겠다”며 검찰의 기각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과 가족, 시민 등 400명가량(경찰 추산)이 참석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사측 인사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마스크와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 참가자는 “소중한 내 회사를 조 씨 일가가 망치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배준우 기자
#한진#조현민#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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