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 빨간 열매 싱그러운 향… 눈코입 다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토요기획]딸기맛 지금이 절정… 체험농장 북적

밭에 거름을 대고 가을에 딸기 모종을 심으면 겨울을 나면서 이맘때쯤 알이 굵어지고 당도가 높아진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향이 넘친다. 딸기체험 농장에선 직접 딸기를 따고 그 자리에서 달콤한 맛도 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양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밭에 거름을 대고 가을에 딸기 모종을 심으면 겨울을 나면서 이맘때쯤 알이 굵어지고 당도가 높아진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향이 넘친다. 딸기체험 농장에선 직접 딸기를 따고 그 자리에서 달콤한 맛도 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양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물론 딸기는 한 해 내내 먹을 수 있다. 하우스 재배 덕분에 제철(5월부터 초여름)이 아니라 사계절 과일이 됐다. 겨울 딸기가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농장주들에 따르면 딸기밭에서 맛보는 딸기는 이맘때가 제일 맛나다. 단맛이야 햇볕 더운 제철에 가득 오르지만, 볕이 따가운지라 딸기를 따다 지치면 입맛도 안 돈단다. 따사로운 봄날에 딸기도 따고, 적절히 단맛 나는 딸기도 먹고, 지금이 딸기의 계절이다.

딸기체험 농장은 아이들과의 봄나들이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옹기종기 모여서 갓 딴 딸기를 맛보는 어린이들. 켄싱턴리조트 제공
딸기체험 농장은 아이들과의 봄나들이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옹기종기 모여서 갓 딴 딸기를 맛보는 어린이들. 켄싱턴리조트 제공

○ 하얀 딸기꽃, 파란 어린 딸기, 탐스러운 빨간 딸기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의 유기농마을. 한갓진 곳이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60∼70명에 이른다. 딸기 맛도 보고 딸기를 따 갈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농장이 있어서다. 농장주 김증숙 씨는 “(전년 동기 대비) 올 2월엔 체험객이 많지 않았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설 연휴가 있어서…. 날씨가 따뜻해지니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겨울엔 강추위로 인해 딸기 생산량이 예년보다 줄었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기온도 오르고 일조량이 많아지자 딸기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김 씨의 손도 바빠졌다. 체험객도 증가하고 있다. 31일 예약 인원은 120명, 4월엔 200명 가까운 체험객이 몰리는 주말도 있다.

딸기밭이라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흙 묻은 딸기를 따는 장면을 상상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땅에서 딸기를 키우는 방식은 토경재배다. 땅에서 자란 딸기라 영양분이 더 많지만 따는 데 힘이 많이 드는 게 단점. 최근에는 수경재배로 딸기를 키우는 농가가 많다. 허리 높이의 베드 위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쉽고 노동력이 덜 든다. 딸기가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손실률도 적다. 농가의 체험 대상도 대개 수경재배 딸기다. 허리를 살짝 굽히고 손을 뻗어 딸기를 따면 된다. 땅에서 딸기를 거두는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수경재배 체험을 선호한다는 게 농장의 설명이다. 땅바닥이든 베드든, 하얀 딸기 꽃과 파란 어린 딸기, 탐스러운 붉은 딸기를 두루 만날 수 있어 딸기농장은 말 그대로 자연체험 학습장이다.

유기농마을의 프로그램 관리자 이지영 씨가 딸기 따는 노하우를 일러주었다. “줄기에 달린 딸기를 들어서 살짝 힘을 주고 ‘똑’ 소리가 나도록 따면 됩니다. 딸기를 잡고 너무 힘껏 당기지는 말아주세요. 익지 않은 딸기의 줄기까지 따버릴 수 있습니다.” 푸른 꼭지가 위로 솟은 모양일수록 맛이 좋다. 처졌던 꼭지가 익을수록 치솟아서다.

딸기밭을 날아다니는 벌을 보고 놀라는 방문객도 더러 있다. 딸기밭 한구석에 큰 벌통도 있다. 벌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농장주의 설명이다. 다만 벌이 앉아 있는 꽃 가까이에 있는 딸기는 되도록 따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쏘일 수 있어서다. 관리자 이 씨는 “꿀벌이 딸기꽃을 오가면서 자연 수정되도록 한다”고 벌들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농장에서 제일 큰 일을 하는 게 저 벌들”이라고 했다.

○ 달콤한 맛, 강렬한 향기, 풍성한 영양분

딸기를 딸 때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다. 빨간 역삼각형 모양의 딸기가 가짜 열매라는 사실이다. 진짜 열매는 딸기에 점점이 박힌, 흔히 ‘딸기 씨’라고 부르는 것이다. 열매로 여기면서 먹는 몸통은 실은 열매를 감싼 꽃받침이다. 꽃턱은 씨를 발육시키는 쿠션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 딸기는 꽃턱이 크게 부풀어서 즙이 많은 가짜 열매가 됐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발행하는 농식품백과사전에 따르면 딸기는 비타민C가 80∼90mg으로 귤보다 3배 정도 많다. 딸기 6, 7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의 양을 섭취할 수 있다. 딸기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고, 딸기를 빨갛게 보이게 하는 색소배당체인 안토시아닌은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맛과 영양만큼이나 강한 향도 빼놓을 수 없는 딸기의 매력.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종인 ‘설향’은 ‘눈 속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딸기’라는 뜻으로, 딸기의 향에 착안한 이름이다. 딸기에 175가지 향기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험 농가 중에는 딸기를 따는 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지만, 다른 방문객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욕심은 자제하는 게 좋다. 당도가 높아 몸속 중성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다.

최근 딸기가 주목받은 것은 평창 겨울올림픽 중 일본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이 간식시간에 딸기를 먹는 장면이 공개되면서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의 딸기 맛에 감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 딸기가 관심을 모았다. 롯데마트의 과일 매출 현황에 따르면 딸기는 지난해 바나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5년 3위였던 것이 이듬해 2위로 올라섰고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해마다 매출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칼로 깎아먹는 과일 대신 먹기 편한 과일의 인기가 많아졌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딱딱한 과일보다는 부드러운 과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

봄맞이 딸기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딸기체험은 대개 딸기를 따서 맛보고 팩에 담아 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딸기잼 만들기 등 부가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유기농마을 등 양평 곳곳에서 열리는 딸기체험 축제(ypnadri.com), 충남 논산의 농가들이 개최하는 논산딸기축제(www.nsfestival.co.kr) 등은 딸기 따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켄싱턴리조트의 ‘폴링 인 딸기’ 프로모션(02-786-7417)도 있다. 켄싱턴리조트 청평, 충주, 설악비치, 지리산남원에서 인근 딸기농장과 손잡고 선보이는 딸기 따기 체험 패키지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들은 대부분 농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물과 천연비료를 사용해 딸기를 재배하기 때문에 딸기를 딴 뒤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

맛있는 딸기는…

○ 꼭지가 파릇파릇한 것


꼭지가 마르지 않고 진한 푸른색을 띠는 것이 좋다.

○ 꼭지 부분까지 붉은 빛이 도는 것


잘 익은 딸기는 붉은색이 꼭지 부분까지 퍼져 있고 윤기가 흐른다.

○ 표면이 매끈한 것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씨가 심하게 튀어나온 것은 좋지 않다.

○ 크기가 적당한 것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딸기가 가장 맛있다. 너무 큰 딸기는 속이 비어 있고 당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자료: 유기농마을
 
양평=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양평 딸기#딸기 체험 프로그램#수경재배 체험#딸기체험 축제#논산딸기축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