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방송, 플린 낙마이후 트럼프 보도 확 줄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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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언론과의 전쟁” 비판… 러정부 “환상 갖고 있지 않다”
FT “트럼프 사랑 싸늘히 식어”

“러시아 미디어들의 트럼프 사랑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최근 몇 달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보다 더 많이 다룰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식으로 도배되던 러시아 방송에서 지난주부터 트럼프 소식을 찾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푸틴 정부가 러시아 방송국에 트럼프에 대한 칭찬을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마니아’로 불렸던 사회자 드미트리 키셀료프가 진행하는 주말 뉴스쇼 ‘베스티 네델리’는 지난 주말 트럼프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으며, “(트럼프가) 미국 언론과의 전쟁 때문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비판도 곁들였다.

러시아 방송들이 돌변한 시점은 지난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 혐의로 물러난 직후부터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잇달아 우크라이나와 발트 해 문제에서 러시아를 비판하자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FT는 “그들(러시아 언론)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그들이 희망하는 속도와 범위만큼 바뀔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나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출범 직후에는 미-러 관계가 좋았다가 점점 나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취임 이후 줄곧 “크렘린궁은 트럼프에 대해서도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미국 NBC방송은 푸틴에게 트럼프를 ‘순진한 모험가(risk-taker who can be naive)’라고 표현한 보고서가 올라갔다고 20일 보도했다. 러시아 퇴직 외교관들과 푸틴 참모들이 미러 정상회담에 대비해 작성한 7쪽짜리 보고서에서였다. 안드레이 페도로프 전 러시아 외교장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얇은 얼음 위에서 춤추고 있다. 그건 아주 위험한 게임”이라며 트럼프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먼저 국내 문제들을 정리해야 한다”며 “패배자로서 푸틴을 만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도 “트럼프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 푸틴 팀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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