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말라며 교수 3시간넘게 감금한 서울대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2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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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설치를 반대하며 행정관(본관)을 100일 넘게 점거 중인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이번에는 교수들을 3시간 넘게 감금했다.

23일 서울대 관계자, 경찰 등에 따르면 점거학생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55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별회의실로 몰려와 출입문을 가로막고 교수들이 오가지 못하게 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반부터 이 회의실에서는 서울대 보직 교수, 단과대 학장 등 20여 명이 참석해 학내 인사위원회 겸 학사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학생들은 "학생 징계 절차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기습적으로 이곳에 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서울대 관계자들과 몇 차례 대화를 이어가다 오후 6시 반 일단 회의실 앞을 떠났다. 교수들은 3시간여가 지나서야 회의실을 나올 수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화를 했지만 학생 징계 여부를 놓고 평행선만 그었을 뿐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점거 학생 대부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서울대 교직원 20여 명이 본관에 들어가서는 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문을 잠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본관으로 돌아온 학생 20여 명은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고 교직원들은 오후 6시 반 물러나면서 다시 본관을 내줬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현 관악캠퍼스가 과밀하다는 이유로 경기 시흥시에 시흥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건립은 대학의 기업화를 부추기고 기숙형 대학(RC)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해 지난해 10월 본관을 점거했다. 학교 측은 본관 점거가 100일 이상 이어지자 최근 단전, 단수 조치를 했고 점거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회의실로 오기에 앞서 40여 개 학생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점거 장기화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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