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세상을 변화시킨 숲 속의 늑대 ‘로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커럼포의 왕 로보/윌리엄 그릴 지음/박중서 옮김/81쪽·1만5000원·찰리북

 커럼포 평야는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으로 로키 산맥 남부에 걸쳐 있는 뉴멕시코 주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메리칸인디언의 땅이었던 뉴멕시코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풍경들이 유명하지요. 그 땅을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인디언의 전통으로 가꾸며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했다면 늑대 ‘로보’는 인간의 손에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인간이 늑대들의 터전을 그처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가슴 아픈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보의 죽음이 사냥과 도전을 즐기던 시턴이라는 사람을 변화시킨 일입니다.

 ‘시턴 동물기’는 언제 봐도 흥미로웠어요.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글은 너무도 생생했습니다. 그의 단편 중 하나에 실린 로보의 이야기가 오늘까지 살아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까닭도 마찬가지겠지요.

 관찰화를 더 잘 그리기 위해 사냥꾼이 되었고, 사냥 중에서도 늑대 사냥 전문가가 되었던 시턴을 로보가 바꿔놓습니다. 로보 이야기는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어요. 비열한 방식으로 늑대 무리를 사냥하고 죽게 만든 시턴과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환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면지(표지 안쪽) 그림의 대치 상황이 재밌습니다. 왼쪽 중앙에는 늑대를, 오른쪽에는 총을 든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 전체 색상과 문양은 멕시코 전통 태피스트리 직조기법을 적용했어요. 색연필로 한 땀 한 땀 직조하듯 그렸어요. 다소 긴 설명 글은 그래도 꼭 필요한 만큼의 분량입니다. 나머지는 그림이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당당하며 잠자듯 평온한 숨소리와 맑은 눈빛으로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죽어간 로보를 잊을 수 없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커럼포의 왕 로보#윌리엄 그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