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모든 이를 이롭게’… 나눔 아는 따뜻한 빵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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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김태훈 지음/308쪽·1만6000원/남해의 봄날

 튀김소보로, 판타롱부추빵, 카카오순정, 월넛브레드….

 빵 이름을 듣다 보면 “성심당!”을 외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대전의 터줏대감이자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이 토종 빵집이 탄생하고, 고비를 맞았다 다시 일어선 과정을 차근차근 담았다.

 6·25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구사일생으로 남으로 내려온 임길순은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 삼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빠듯한 벌이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임길순은 흥남부두에서 기적적으로 배를 탈 수 있게 되자 “이번에 살아남을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아들 임영진은 단팥빵과 소보로, 도넛이 합쳐진 히트상품 튀김소보로를 개발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고비도 적지 않았다. 성심당이 자리한 대전의 원도심이 쇠락하고 프랜차이즈 빵집이 거세게 공략해왔다. 경영난이 절정으로 치닫던 2005년에는 큰불까지 나 임영진과 가족은 성심당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한데 다음 날부터 직원들은 복구에 나섰고 대전 시민들은 빵을 사러 몰려들며 재건을 응원했다. 외환위기에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수도꼭지 하나를 건물 밖에 설치해 노점상들이 물을 쓰게 하는 등 늘 나누고 배려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에 올라간 빵도 성심당이 맡았다.  

 직원들에게 이익의 15%를 성과보수로 지급하고 하루 생산량의 3분의 1(매달 3000만 원가량)을 기부하는 성심당은 나눔과 성장이 함께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모든 이에게 이롭게 하십시오.’

 이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쓴 과정과 풍성한 결실을 지켜보노라면 빵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기적이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김태훈#성심당#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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