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강연서 드러난 클린턴의 동북아 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6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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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표정하던 후진타오가 일본 지도부에 고함을 질렀다. 일본 측은 '국수주의자의 섬 매입을 막으려했다' '우리가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화를 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2013년 6월 골드만삭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에서 2012년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인 개인 소유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매입하기로 한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극우 성향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당시 도쿄도지사의 센카쿠 열도 매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은 분노했고 때마침 APEC 회의 참석차 함께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던 일본 지도부에 직접 항의를 한 것이다. 이 대화 내용은 위키리크스가 15일 공개한 클린턴의 2013년 골드만삭스 고액 강연 원고에 담겨 있다.

골드만삭스 강연에서 동북아시아 3국과 북한은 최고의 이슈였다. 클린턴은 "(중국은) 통일 한국에선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남한이 우세할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이 흡수가능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초래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자신들에게) 가졌던 존경심을 보이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가끔 미사일을 쏘아 미국 속을 쓰리게 하는 건 괜찮지만 지나치게 예측불가능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일화를 '놀라운 논쟁'이라고 표현한 클린턴은 한중일 3국의 민족주의 갈등에 대해 "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민족주의를 용인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며 최근 만난 50~60대 중국 최고위직 간부들로부터 "우리 모두 과거 일본과 전쟁에서 전사한 지인이 있다. (미국은 일본 민족주의에 대해) 순진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이후 10월 골드만삭스 강연에서 클린턴은 "쿠데타에, 암살에, (한국) 정치는 오랫동안 끔찍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원조를 계속했다"며 "한국은 하루아침에 민주국가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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