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장 앞에서 휴가 계획 세우는 당신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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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피크인 ‘7말 8초(7월 말 8월 초)’가 다가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때, 곁에 책을 둔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책의 향기팀’ 기자 4명이 휴가철에 권하고 싶은 책을 4권씩 골라 이야기를 나눴다.》

○ 더위 피해 이야기 속으로

▽김지영=
추천 16권 중에서 소설이 7권이네. 역시 휴가철에는 소설이야.

▽손효림=책 고르는 게 만만치 않더라. 성별, 직장인, 전업주부 등 대상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고민되고.

▽김배중=완전 동감. 책장을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 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니까.

▽조종엽=‘고래’(천명관)는 자신 있게 추천해! 파리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10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 어른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 같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향연이어서 다 읽고 나면 꿈을 꾼 느낌이야.

▽지영=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작품 중에 제대로 ‘터진’ 책 중 하나지.

▽종엽=‘왕좌의 게임’(조지 R R 마틴)은 말이 필요 없어.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야. “겨울이 오고 있어!”. 휴가 끝도 곧 오겠지.

▽배중=윽, 갑자기 슬퍼지려고 한다.(웃음)

▽효림=멀리 놀러가지 않고 시원한 데서 책만 읽어도 좋잖아. ‘인페르노’(댄 브라운)는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전형적인 댄 브라운 스타일의 작품이야. 대표작 ‘다빈치 코드’처럼. 실제 휴가 때 시원한 카페에서 읽었는데 이탈리아와 터키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더라. 역사 문화 과학 지식이 총출동해서 지적으로도 뭔가 풍요로워진 듯하고.

▽지영=‘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폴 오스터)는 담배 가게 주인이 물건을 훔쳐간 소년의 지갑에서 주소를 발견하고 돌려주려고 집으로 찾아가. 그곳에서 손자를 기다리는 눈먼 할머니를 만나자 손자 역할을 대신하지.

▽효림=한강 작가를 더 알고 싶다면 ‘내 여자의 열매’를 보면 좋을 것 같아. 여기선 아내가 진짜 식물이 돼. ‘채식주의자’의 프리퀄을 보는 기분이랄까.

▽지영=맞아. 난 참 독특하고 좋았어. ‘보건교사 안은영’(정세랑)은 사립고의 보건교사 겸 퇴마사인 교사가 학교의 귀신을 잡아내는 내용인데 진짜 웃겨.

▽배중=싸우자 귀신아!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마크 트웨인)은 ‘사탄’이라는 이름의 천사가 사람을 만들었다 죽여 버리는 모순을 보여줘. 하지만 다른 이를 착취하고 괴롭히는 존재는 결국 인간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 묵직하게 혹은 부담 없이

▽종엽=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오정근)은 상사에게 깨지고 작은 일로 지지고 볶는 일상에서 광대하게 탈출하자는 의미로 골랐어. 우주로 시야를 확대하면 이런 일은 진짜 별거 아니잖아. 보고 들을 수 없을 뿐이지 중력파가 우리 몸을 일렁이며 지나가고 있는 걸 상상해 봐.

▽효림=오, 표현이 완전 문학적이야. ‘잉카 최후의 날’(킴 매쿼리)은 잉카 멸망 과정을 상세하고 드라마틱하게 썼어. 잉카가 단시간에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복종하지 않은 다른 부족을 잔인하게 다뤘는데, 그 부족들이 잉카를 공격하는 스페인 군대를 도와 길잡이도 하고 식량도 댔다고 해. 대규모 전투 장면도 웅장하게 펼쳐지고.

▽종엽=호기심이 확 생기는 걸.

▽효림=‘한 말씀만 하소서’는 박완서 씨가 외아들을 잃고 쓴 일기를 엮은 에세이야. 힘들 때 여러 번 읽었어. ‘왜 내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라는 절규에 ‘왜 너여서는 안 되는가’라는 걸 깨닫지.

▽지영=생전의 박 씨는 진짜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일도 잘하고 자녀도 잘 키우려 온 힘을 다하셨지. 사람들은 잘못한 게 없으면 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잖아.

▽배중=맞아. 현실은 그렇지 않지.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을 고른 건 휴가 때 마음먹고 고전읽기에 도전하는 이에게 잘 맞다고 생각해서야. 두껍지 않고 판형도 작아서 그리 부담스럽진 않아.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누리는 게 자유라는 걸 말하고 싶어.

▽종엽=아, 너무 무거워. 난 휴가 때 다 풀어헤치고 쉬고 싶어.

▽효림=‘중력파…’ 추천한 사람이 그런 말하면 좀 이율배반적인 거 아냐?(웃음)

▽종엽=‘중력파…’는 술술 읽히게 쉽게 썼어. 진짜야.

▽배중=‘조선의 엔터테이너’(정명섭)는 기생, 음담패설의 대가, 못생겨서 유명했던 광대 등의 이야기인데, 짧은 에피소드로 돼 있어 물가에서 수박 먹으면서 읽다가 덮다가 하기 좋아.

▽지영=휴가 때 더 바쁜 엄마 아빠들에게 추천하는 건 시집이야.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마종기)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시어도 어렵지 않고.

▽종엽=경남 통영 뒷골목에서 혼자 술 먹으면서 읽으면 좋겠다.

▽배중=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휴가 때 묵직한 책은 읽기 어렵겠지?

▽종엽=(끄덕끄덕) ‘자유론’이 제일 신선했어. 엄지 척! 그런데 정말 휴가 때 이걸 읽고 싶니?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중력파#자유론#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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