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권도 사범이 되찾아준 아내 수술비,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사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9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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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

26일 오후 3시 경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둑을 잡아달라는 노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때마침 단지 앞에서 아이들을 내려주던 태권도 사범 김락규 씨(27)가 반사적으로 도장차량 앞을 지나는 남성 뒤를 쫓았다. 태권도 유단자인 데다 훈련으로 다져진 김 씨는 20m을 앞서는 범인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갔다. 300m을 달린 끝에 범인의 바로 뒤까지 쫓아간 김 씨는 상대의 손을 낚아 채 바닥에 주저앉혀 간단하게 제압했다. 20대 건장한 체격의 범인도 태권도 기술 앞에는 맥없이 쓰러졌다.

범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의 우편함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난 서모 씨(39)였다. 피해자 이모 씨(87)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우편함에 3000만 원을 넣어두었다. 아내의 수술비였다. 이 씨는 범인을 잡아준 김 씨를 경찰서에 만나 “덕분에 아내의 수술비를 되찾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씨는 “흉기로 나를 위협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르신의 간절한 비명소리에 끝까지 쫓아갔다”며 멋쩍게 웃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김 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신아람 채널A 기자 hiar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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