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부치는 왕자… 흔들거리는 춤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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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 ‘신데렐라’

12일 국내 초연된 뮤지컬 ‘신데렐라’. 화려한 무대와 3초 만에 의상이 바뀌는 장면 등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불안한 안무 등은 다소 아쉽다. 쇼홀릭 제공
12일 국내 초연된 뮤지컬 ‘신데렐라’. 화려한 무대와 3초 만에 의상이 바뀌는 장면 등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불안한 안무 등은 다소 아쉽다. 쇼홀릭 제공
12일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 ‘신데렐라’는 화려한 무대와 기술은 합격점,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연출의 방식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신데렐라’는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년 만에 국내에 들여온 만큼 올 하반기 대표적 기대작이었다.

‘신데렐라’는 브로드웨이 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가져온 ‘스몰 라이선스’ 작품이다. 의상과 무대, 안무 등은 국내 제작진이 다시 만들었다. 그중 백미는 신데렐라가 요정 마리의 마법으로 3초 만에 누더기 옷을 벗고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는 2번의 의상 체인지 장면이다. 신데렐라가 입고 입던 누더기 옷의 한쪽을 뜯은 뒤 팽이처럼 돌면 안에 숨겨져 있던 드레스가 밖으로 드러나고 누더기 옷은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이 장면만큼은 관객에게 동화 속 판타지를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준다. 아쉽게도 첫 공연에선 실수가 있었다. 혁명가 장 미셸이 던진 꽃다발에 신데렐라의 낡은 두건이 벗겨지며 두건 안에 숨겨져 있던 티아라(왕관 모양의 머리 장식)가 드러난 것. 한동안 신데렐라는 누더기 옷에 티아라를 쓴 어색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신데렐라와 왕자의 인연은 왕자가 주최한 ‘연희’에서 주로 이뤄져 남녀의 춤 장면이 많다. 춤 장면에서 왕자 역의 엄기준이 신데렐라 역의 안시하를 들어올리는 연기를 할 때마다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관객은 둘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흔들거리는 춤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중간 중간 ‘말장난’에 가까운 애드리브가 들어 있는 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신데렐라 계모의 둘째 딸 샬롯이 왕자(엄기준)를 향해 왕자 같지 않다는 느낌을 담아 “엄, 엄…. 기준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왕용범 연출이 전작 때부터 써온 유머 방식이다.

연출가의 자기 복제도 얼핏 엿보였다. 첫 번째 연회에서 밤 12시 정각이 되자 연회장을 떠난 신데렐라를 찾고자 병사들을 이끌고 뛰어다니는 장면은 전작 ‘로빈훗’의 추격신을 연상케 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수준 이하의 작품은 아니지만 뛰어난 수작도 아니었다. 11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 원. 02-764-7857∼9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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