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신청자 몰려…첫날 3조3000억 원 소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2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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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때문에 오셨죠? 번호표부터 뽑아주세요.”

오전 9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우리은행 서소문지점의 자동화코너. 아직 셔터가 내려진 지점 출입구 앞에 중년 남성과 여성 5명이 노란 서류 봉투를 든 채 줄을 서 있었다.

준비해 온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히 살펴보던 이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앞 다퉈 번호표를 뽑았다. 30분 새 이 지점에는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만 8명이 몰렸다. 8시 반부터 줄을 섰다는 김모 씨(50)는 “집 장만을 할 때 변동금리대출로 1억 원을 대출받아 현재 적용금리가 연 2.8%”라며 “금리차이는 별로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이상 금리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길 건너편 신한은행, 외환은행 서소문지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길 은행 지점을 찾은 직장인들의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이어졌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나 현재 이자만 상환중인 대출을 연 2.6% 안팎의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이 24일 16개 은행의 전국 영업점에서 일제히 선보였다. 이날 각 은행의 주요 영업점들은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기소진 될라”…은행 문 열기전부터 몰려든 고객들

경기 용인시, 일산시, 김포시 등 신도시 주택가에 위치한 은행 영업점에는 서울시내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경기 김포 풍무동과 같이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은 새벽부터 대출신청자가 몰려 대기 시간만 2시간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출자들이 이렇게 안심전환대출에 큰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연 2.6% 안팎의 저금리에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되기 때문이다. 1월말 기준 가계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가 3.5%인 상황에서 2.6% 수준의 금리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예를 들어 만기 20년으로 2억 원을 대출받는 사람이 연 3.5%의 변동금리에 만기일시상환 조건으로 빌리면 매달 이자만 58만 원씩 대출기간 동안 총 1억4000만 원을 부담하고 만기 시 2억 원을 갚아야 한다. 반면 고정금리 연 2.65%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7만 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20년간 부담하는 총 이자는 58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김모 씨(47)는 “변동금리로 1억 원을 대출받아 4.08%를 적용받고 있었다”며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면 금리가 1.4%포인트 가량 싸지는데다, 미국이 향후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20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기본형’으로 대출 전환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첫날에 3조3000억 원 안심전환대출 승인

이 같은 열기 속에 이날 하루에만 총 2만6877건, 3조3036억 원의 안심전환대출 승인이 이뤄졌다고 금융위원회는 밝혔다. 일부 대출 신청이 승인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4조 원 가량 대출 신청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는 이날 대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비상 대응팀을 편성했다. 금감원 역시 검사국 소속 검사 인력 60~70명을 주택대출 취급이 많은 거점 점포에 투입해 현장 점검을 벌였다.

이 같은 조치들로 인해 지점에서의 상담이나 대출신청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다만 은행들이 요구한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임대차계약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의 구비서류를 두고 불만도 새어나왔다. 은행 직원들은 “원리금을 잘 갚고 있는데 또 서류들을 다시 내야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는 고객들에게 “대출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하루 만에 금융위가 설정한 월간 한도 5조 원의 66%에 이르는 대출승인이 이뤄지면서 안심전환대출 재원 20조 원의 조기 소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월간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대출을 실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20조 원 한도를 늘릴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은행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어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대출 신청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재원을 늘리더라도 대출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만큼 주금공의 자본금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주금공의 2대 주주인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주금공에 20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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