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2시 카페서 총성 울리자 경찰 진입… 총격전 끝에 이란 난민출신 인질범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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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인질극 종료]7명 사상… 17시간만에 상황 종료
범인 성추행-살인공모 보석상태… 아프간 전사자 가족에 협박편지도

호주 시드니 인질극은 사건 발생 17시간 만인 16일 오전 2시 50분경 종결됐다. 호주 경찰의 진압작전은 오전 2시경 17명의 인질이 붙잡혀 있던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 내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급작스럽게 전개됐다.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사진)가 잠든 틈에 7명의 인질이 탈출을 감행했고 남아 있던 인질의 일부가 인질범의 총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총성이었다. 경찰은 ‘비상행동계획’에 따라 내부 진입을 시작했고 이내 인질범과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수많은 섬광이 출입구를 통해 새어 나왔다. 인질범 모니스와 인질 두 명이 숨졌고 경찰관 1명과 인질 등 4명이 다쳤다.

모니스는 이란 태생으로 1996년 호주에 온 난민 출신으로 40여 건의 성추행 혐의와 살인 공모 혐의로 이중 기소됐으나 둘 다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드니모닝포스트는 그가 2002년부터 최근까지 7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올해 5월 대법원에서 3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또 그는 전처 살해 공모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만 호주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였다. 두 자녀가 있는 그의 전처 놀린 헤이슨 팰은 지난해 11월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리고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모니스가 ‘이슬람국가(IS)’ 같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아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의 혐의 중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호주 군인 가족에게 2007∼2009년 공격적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도 있다. 그는 애초 이란에서는 다수 이란인처럼 시아파로 교육받았으나 한 달 전 수니파로 개종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다.

하지만 여러모로 봤을 때 모니스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자라’(IS)보다 ‘솥뚜껑’(외로운 늑대)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올 10월 캐나다 수도 오타와 국회의사당 총기난사 사건,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같은 해 5월 영국 군인에 대한 칼부림 테러도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호주 시드니 인질극#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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