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입시현실 사이 고민-경험 나눌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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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매지컬 고삼즈’ 작가 현직교사 ‘seri’-‘비완’씨

현직 교사로 웹툰 ‘매지컬 고삼즈’를 연재하는 그림 작가 비완(왼쪽)과 스토리 작가 seri. 작가명은 각각 좋아하는 영화 속 캐릭터인 ‘스타워즈’의 오비완과 게임 ‘투하트’ 캐릭터 세리카에서 따왔다. 비완 작가 제공
현직 교사로 웹툰 ‘매지컬 고삼즈’를 연재하는 그림 작가 비완(왼쪽)과 스토리 작가 seri. 작가명은 각각 좋아하는 영화 속 캐릭터인 ‘스타워즈’의 오비완과 게임 ‘투하트’ 캐릭터 세리카에서 따왔다. 비완 작가 제공
‘수능이 코앞인데 사랑과 평화를 지키라고?’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날인 지난해 11월 6일 밤 네이버 웹툰 ‘매지컬 고삼즈’ 프롤로그가 공개됐다. 주인공인 고교 3학년생 한여름은 아침밥을 먹다 말고 “나 사실 마법소녀야”라고 주장한다. 부모가 “수능 앞두고 태평하다”고 꾸중하자, 그 자리에서 머리에 마법핀을 꽂고 마법소녀로 변신한다.

‘매지컬…’은 기존 마법소녀 만화의 문법에서 탈피해 ‘약빤’(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빗댄 말) 만화로 불리며 네이버 웹툰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인공 한여름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마법소녀와 고3 수험생 처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한여름을 돕는 남자 생물교사는 핑크빛 공주풍 드레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매지컬…’의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는 모두 중등교원 임용시험 출신 스물일곱 동갑내기 현직 교사다. 스토리를 맡은 seri(본명 이가영)는 서울대 사범대 출신 고교 국어교사. 교사임용시험을 공부하던 시절을 그린 웹툰 ‘고시생툰’으로 데뷔했고, 한국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에 교사 생활을 다룬 ‘쌤툰’을 연재했다. 그림을 맡은 비완(본명 최윤경)은 seri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비완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중학교 미술교사로 ‘매지컬…’이 데뷔작.

수능을 앞둔 평범한 소녀에서 위험에 빠진 학교를 지키는 마법소녀로 변신한 ‘매지컬 고삼즈’ 주인공 한여름. 네이버 제공
수능을 앞둔 평범한 소녀에서 위험에 빠진 학교를 지키는 마법소녀로 변신한 ‘매지컬 고삼즈’ 주인공 한여름. 네이버 제공
25일 만난 seri는 “고교 시절 만화의 꿈을 포기하고 공부 압박 속에서 살아갈 때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때 ‘매지컬…’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돼 돌아온 학교 현장은 여전히 대학 진학을 위해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곳이다.

“저는 만화가 꿈을 접고 죽어라 공부했는데 운이 좋아서 잘 풀렸지만 행복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만화로 학생들의 답답함을 나누고 싶어요. ‘매지컬…’에 이런 교육현장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아낼 겁니다.”

비완은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대가가 없으면 봉사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위험에 처한 친구를 보고도 중요한 시험부터 떠올리는 주인공에게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만화에는 코스프레(만화 캐릭터를 흉내 낸 옷차림)를 즐겼던 두 사람의 남다른 체험이 녹아 있다. 특히 seri는 중학생 때 재봉틀로 직접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었다. 학기 중에 어머니가 재봉틀을 숨기면 몰래 손바느질까지 했다. 전교 1등을 하면 코스프레를 허락해준다는 말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전교 2등에 머무른 안타까운 추억이 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고등학교 가면 만화 동아리 활동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씀이 공격처럼 받아들여졌어요. 꿈을 향해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힘든 시절을 겪은 만큼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꿈을 잃지 않고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seri)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일이 가장 이상적인 진로 선택이라고 꼽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 학생마다 사정도 다르죠. 막연하고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 제가 했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자 노력해요.”(비완)

학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업시간만 아니면 만화를 본다고 무조건 압수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에 ‘마음의 소리’ 같은 인기 만화도 비치되고, 만화가를 초청한 특강도 열린다. 두 사람도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만화의 힘을 빌리곤 한다.

“만화가와 교사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물론 학교에선 절대 웹툰을 그리진 않죠.”(seri)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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