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노동문제 다룬 만화 ‘미생’의 블루칼라 버전 큰 반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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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송곳’에서 주인공 구고신이 중국집 배달 청년의 떼인 임금을 받아주고 건네는 명함. 네이버 제공
웹툰 ‘송곳’에서 주인공 구고신이 중국집 배달 청년의 떼인 임금을 받아주고 건네는 명함. 네이버 제공
‘떼인 임금 받아주는 웹툰?’

웹툰의 주인공 구고신은 대낮 길거리 공원에서 잠자고 있던 스물네 살 청년을 만난다. 청년은 공장 밀집 지역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했지만 6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다. 중국집 주인은 청년이 배달 중에 오토바이를 망가뜨린 것을 구실 삼아 임금도 주지 않고 쫓아냈다. 부진노동상담소 소장인 구고신은 중국집을 찾아가 근로기준법 36조와 시행령을 근거로 밀린 임금을 요구한다. 중국집 주인이 줄 수 없다고 버티자 구고신은 중국집 단골인 주변 공장에 연락을 돌려 중국집 보이콧에 나서 달라고 설득한다.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리얼리즘 만화를 그려온 만화가 최규석 씨(36·사진)가 17일부터 매주 화요일 네이버에서 웹툰 ‘송곳’ 연재를 시작했다. 아기공룡 둘리를 손가락 잘린 이주 노동자로 묘사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반지하 방에 모여 사는 비정규직 청춘을 다룬 ‘습지 생태보고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그린 ‘100°C’로 화제를 모았던 그가 그린 첫 웹툰이다.

제목 ‘송곳’은 송곳이 자연스레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부당한 노동현실에 저항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 같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에서 따왔다. 주인공 구고신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대형마트, 공장 노동자를 만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프롤로그와 첫 회만 연재됐지만 젊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에게 인기를 모은 웹툰 ‘미생’(윤태호 작가)의 블루칼라 버전이라 불리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프롤로그엔 댓글 8100여 개가 달렸고 전체 웹툰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본 웹툰으로 뽑혔다.

최 씨는 직접 노동 현장을 취재하고 노동 관련 법전을 찾아가며 웹툰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 팬은 “아르바이트 학생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웹툰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작가도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함을 알리려는 ‘학습만화’를 그린다는 자세로 창작에 나섰다고 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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