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6개월 앞으로]‘안철수 안개’ 이젠 걷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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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6개월 앞인데도 구도 오리무중… 후보 자질-공약 검증 언제 하나
출마여부 안밝혀 일정 늦춰져… 시간 없어 최악 부실선거 우려
“대기업 불공정 비판하던 安, 검증 미룬다면 불공정 경쟁”

뿌옇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대통령선거가 19일로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구도는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 등 여야와 장외의 유력 주자들이 △언제 출마 선언을 할지 △당내 경선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치를지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면 어떻게 할지 등 기본적인 ‘게임의 법칙’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세계 10대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선을 딱 6개월 앞둔 시점의 이 같은 혼미(昏迷)는 역대 대선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1위를 달리는 ‘장외 강자’ 안 원장이 피워 올리는 ‘안철수 안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이 경선 룰을 놓고 지루한 전쟁을 벌이는 것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의 ‘2단계 경선 플랜’을 놓고 논박이 벌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안철수 변수’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안개’가 올해 대선을 역대 최악의 부실 선거로 전락시킬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대선 일정이 늦춰지면서 여야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유권자와 언론이 검증하는 데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안 원장을 검증하기도 그렇고…. 그렇다 보니 다른 주자들에게 검증의 칼을 들이대는 것도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15대 대선이 있은 1997년. 그해 1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는 박찬종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치열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력 부족 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안 원장을 비판하는 이들은 “안 원장이 대중적 인기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검증의 시간을 뒤로 미룬다”고 지적한다.
▼ 이해찬 “安출마 지금도 늦은 셈… 내달중순까지 밝혀야” ▼

민주당 이 대표는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출마에 대해 “지금도 좀 늦은 셈이다. 검증 과정이 단순한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 원장이 입당해 민주당 주자들과의) ‘원샷 경선’이 좋은데 7월 중순까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단계 경선으로 간다”고 말했다. 문성근 전 대표대행도 이날 “최소한 200만 명이 참여하는 모바일 완전국민경선이면 어떤 후보에게도 유불리가 없다”며 안 원장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채널A 영상]이해찬 “안 교수 입장만 기다릴 수 없는 일”

정치권에선 이제라도 안 원장 스스로 피워 올린 안개를 걷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시야’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 원장은 ‘삼성 동물원’ 발언 등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비판해왔다. 그런 그가 범야권 지지율 1위인 자신은 링에 오르지 않아 검증을 피하고 있다면 이야말로 대표적인 불공정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안철수 안개#대선 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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