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67>布帛長短同이면 則賈相若하며 麻縷絲絮輕重同이면 則賈相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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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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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穀多寡同이면 則賈相若하며 구大小同이면 則賈相若이니라

陳相(진상)이 許行(허행)의 도를 따를 경우의 이점을 변론하는 부분이 지난 호에 이어서 계속된다. 진상은 許子之道를 따르면 시장 안의 물품 값이 동일해져서 오척의 동자(곧 삼척동자)가 시장에 가더라도 속이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시장 안의 물품 값이 동일하게 된 상황을 부연하여 말하였다. 진상의 말 가운데 이 부분은 4개의 유사한 구문을 중첩하는 방식이다. 곧, ‘물건+단위+同, 則賈相若’의 형태로 이루어진 4개의 구문을 사용해서, ‘어떤 물건이 단위가 같다면, 값이 서로 같다’는 말을 연달아 예시했다. 賈는 지난 호에 보았듯이 價(가)의 古字이다. 相若은 ‘서로 같다’는 뜻이다.

布帛에서 布는 麻布(마포), 帛은 絹帛(견백)이다. 麻縷는 麻와 麻絲(마사)이다. 絲絮는 絹絲(견사)와 綿(면)이다. 五穀은 여러 곡물을 말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五穀은 稻(도·벼), 黍(서·메기장), 稷(직·차기장), 麥(맥·보리), 菽(숙·콩)을 가리킨다. 단, 이에는 이설이 있다. 한서의 주석에 따르면 麻, 黍, 稷, 麥, 豆(두)를 가리킨다. 지금의 일본과 한국에서는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오곡이라 부른다. 구는 麻, 葛(갈), 皮로 만드는 ‘신’을 모두 아울러 가리킨다. 물품의 단위들을 보면, 布帛은 長短, 麻縷絲絮는 輕重, 五穀은 多寡, 구는 大小라고 하였다. 多寡는 곧 分量(분량)을 뜻한다.

陳相이 따라 배운 許行의 農家者類(농가자류) 설은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에 가깝다. 물품들은 그 종류에 따라 長短, 輕重, 多寡, 大小의 단위가 같으면 가격도 일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물품의 均質性(균질성)을 보장할 수 있으면 이 주장은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品質(품질)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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