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디스 민즈 워’, 제임스 본드와 이단 헌트를 골라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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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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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 여자에게 멋진 남자 둘이 한꺼번에 접근해온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수없이 보았던 설정이다. 여자가 옥탑방 안 사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그 두 남자가 실력파 CIA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판이 커진다.

영화 ‘디스 민즈 워’(감독 맥지, 29일 개봉)는 이런 발상에서 시작한다. 할리우드답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그 덕분에 로맨스와 코미디, 액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제품 테스터인 로렌(리즈 위더스푼)은 물건에는 능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연애는 파악하기 어렵다. 재기 발랄한 친구 트리시는 로렌의 프로필을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몰래 올리고, 로렌은 그 인연으로 터크(톰 하디)를 만난다. 바로 그날, 비디오 가게에선 바람둥이 프랭클린(크리스 파인)과 맞닥뜨린다.

실은 터크와 프랭클린은 절친한 사이이자 CIA 동료. 그들은 자신이 한 여자와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내기를 벌인다. 두 남자는 로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조국을 위한다’는 빌미로 요원들과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한다. 서로의 만남을 도청하고 감시하는 덕에 결정적인 순간 마취총(?)에 맞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맥지 감독은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유쾌하게 버무려 재미에 충실한 ‘팝콘 무비’를 만들었다. 홍콩과 미국 LA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현란하다. 고층 건물에서 벌어지는 총격 신은 ‘미션 임파서블’ 못지않다. 반면 두 남자가 경쟁적으로 로렌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자신들의 ‘쓸데없이’ 뛰어난 재능을 쓸 때는 웃음만 나온다.

두 남자의 상반된 매력은 여성 관객을 겨냥했다. 애초 윌 스미스와 톰 크루즈가 물망에 올랐다고. 하지만 맥지 감독은 신선한 조합을 위해 연령대를 낮췄다. ‘조막손’의 크리스 파인은 자신만만한 나쁜 남자로 분해 ‘살인미소’를 날리는 모습이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고, 다정하고 순수한, 하지만 때론 거친 남성미를 발산하는 톰 하디는 이단 헌트와 닮은꼴이다.

리즈 위더스푼은 오랜 내공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간다. 로렌 자체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트리시 말에 의존하는 답답한 인물이지만, 어쨌거나 리즈 위더스푼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배우다. 또한 신랄한 독설가 트리시의 대사들도 즐겁다. 트리시는 시도 때도 없이 충고를 위장한 선정적인 대사들을 날리는데 덕분에 좀처럼 진지해질 틈이 없다.

‘디스 민즈 워’는 재미를 위한 영화다. 일과 사랑을 슬기롭게 병행하는 현대 여성상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비밀요원 등만 기대하지 않으면 된다.

지금 시점에서는 ‘브란젤리나’ 커플을 탄생시킨 작품이자, 여러 장르를 성공적으로 혼합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뛰어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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