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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뉴 트렌드 明暗]이미지 정치의 허실

입력 2004-01-26 19:04업데이트 2009-10-1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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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시대변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세대 교체론을 축으로 하는 탈(脫)권위 현상과 여성들의 정치참여 폭발,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마케팅 전략 등은 17대 총선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질서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새 정치 트렌드를 찾아 이런 현상의 허실을 짚어본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6일 ‘당일치기’로 중국 칭다오(靑島)를 방문해 현지 진출 업체를 둘러보던 도중 TV카메라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 의장은 잠시 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칭다오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얼마입니까”라며 멈췄던 말을 이어갔다.

2002년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미디어 정치’가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지 정치’의 만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 정치가 정치 콘텐츠를 미디어로 ‘포장’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미지 정치는 콘텐츠보다는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열린우리당이 이미지 정치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정 의장은 설 연휴 직전인 20일 오후 한 공군 비행장에서 전투기 뒷좌석에 앉아 비행 장면을 연출했고 대부분 TV방송은 이 장면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군측은 “군사시설을 촬영한 만큼 검열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열린우리당측이 “전투기 탑승 장면을 오늘 밤 방송 뉴스에 내보내야 한다”며 검열 과정 단축을 요구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전략이 호응을 받자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이미지 정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최근 MBC 마감뉴스 김은혜(金恩慧) 앵커를 영입하기 위해 수차례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린 끝에 입당 권유를 했으나 거절당했다.

민주당은 아예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회의 주재 시 주변에 여성 당직자를 앉히고 있다. 최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김강자(金康子) 전 총경 등 여성위원들이 김경재(金景梓) 의원 자리를 양해 없이 차지했는데도 별 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노란색 점퍼로 촉발된 각 당의 ‘색깔 논쟁’도 이미지 정치의 한 단면이다. 노란색의 원조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26일 노란색 점퍼와 모자 등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이미지만 각인시켜도 성공이라는 방송 및 광고업계의 방법론이 정치권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예능 전문인 KBS 박해선 PD는 “정치인들의 복장에 원색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망막에 오래 남는 것이 최선의 선거운동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는 “유권자의 정치 혐오가 극심한 만큼 정치권이 정책 공약보다는 정치색이 덜한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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