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논란과 해법]"폐지"…교육질 높아져

  • 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39분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고교 평준화정책이 계속되는 한 경쟁력 있는 학교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당한 학교들은 경쟁력을 키워 학부모와 학생에게 선택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낭비적인 과열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지만 평준화로 학교간의 경쟁은 봉쇄돼 있다.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학교가 있을 수 없다.

평준화정책은 교육의 형평성을 보장하는데도 실패했다. 정부가 학교를 획일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의 다양성과 질만 떨어뜨렸고,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과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학부모는 고액 과외를 통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높아졌다.

평준화정책이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것은 평준화를 풀면 고교 입학을 위한 입시경쟁과 과외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평준화 아래서도 우리의 학생들은 유치원생부터 대학 입시에를 염두에 둔 과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정부가 대입처럼 고교 신입생 선발에서도 국영수 과목의 필답고사를 금지하면 과거 고교 입시의 악몽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과열된 입시경쟁과 과외현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유책으로 풀어야 한다.

평준화를 폐지하고 우리 학교들을 다양하고 수준 높게 발전시키면 과열된 입시 경쟁과 치솟는 과외 문제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해소될 것이다. 대학이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자율 선발한다는 새 대입제도가 정착되려면 먼저 평준화를 폐지해 학교들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학부모들의 등을 휘게 하는 엄청난 과외비 부담도 평준화가 폐지돼 각 학교가경쟁력을 갖게 되면 장기적으로 학교 교육에 흡수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취한 정책들은 거의 미봉책들이었다.비평준화지역에서 학교 선택권을 인정했지만 학생의 손으로 선택한 학교에서도 획일적 교육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립형 사립고 도입도 너무 소극적이고 느리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의 학교 정책도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선진국들과 일부 개발도상국은 개별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교 개혁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평준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학교의 경쟁력은 외국보다 점점 더 떨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주 호(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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