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매거진]세계는 댐해체 중

  • 입력 2001년 3월 29일 10시 39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전력을 생산하며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20세기 동안 80만개의 각종 댐이 지구촌 곳곳에 건설되었다.

이 가운데 4만5000개의 댐은 4층 건물 높이 이상의 대형댐이다. 댐 건설로 인해 많은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전력을 생산하며 홍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강물의 흐름이 변했으며 강과 물에 대한 지역주민의 권리가 침해되었고 수많은 주민들이 농경지와 고향을 떠나 이주해야했으며 숲과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댐 건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복지의 지속가능한 향상이다.

이것은 인류의 발전이 경제적으로는 타당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공평하고 환경적으로는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대형댐 건설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면 환경단체들도 댐 건설을 찬성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댐 건설만이 물부족과 홍수방지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며 댐 건설로 인한 사회·환경적 영향들은 무시해도 될 것인가?

▼댐 건설의 기원▼

세계의 주요 강 유역은 문명과 문화유적의 산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 사회는 강이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에 의존해 살아왔으며 강의 흐름에 대한 자연적·인공적인 변화는 그 유역에 살고 있는 인류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강을 인공적으로 변화시키고 이용한 것은 8천년전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유적에서 발견된 관개수로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르단과 이집트 등 중동지역에서 발견되는 저수용 댐의 흔적은 적어도 기원전 3000년 이전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2000년경 무렵부터는 관개와 물 공급을 위한 댐의 이용이 보다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다.

이 때에는 지중해와 중국·중미 지역에서도 댐이 건설되었다.

대규모의 거주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흙으로 둑을 쌓아 강물의 흐름을 바꾸던 흔적이 스리랑카와 이스라엘에서 발견되며 80만 헥타르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던 중국의 두지앙 관개사업은 2만200년 전의 것이다.

식수를 공급하고 하수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마의 저수지와 수로망은 현재까지도 존재한다.

수력 발전을 위해 댐을 건설한 것은 1890년 무렵부터이다. 1900년에는 세계 곳곳에 수백개의 대형댐이 건설되어 각종 용수공급에 이용되었다.

▼20세기의 댐 건설 현황▼

20세기에는 대형댐 건설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1949년에는 전세계에 5000개의 대형댐이 건설되어 있었는데, 이 가운데 4분의3은 산업화된 국가들에 집중되었다.

그러다가 20세기말에 이르자 전세계적으로 140여개국에 4만5000개 이상의 대형댐이 존재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성장은 댐 건설을 급속히 부추겼으며 이러한 추세는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가장 절정기인 1970∼1975년 사이에는 거의 5000개의 대형댐이 세계적으로 건설되었다.

반면 지난 20년 동안은 댐 건설 추세가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유럽과 북미에서 기술적으로 댐 건설이 타당한 지역은 거의 다 개발되었으며 댐 건설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의 대형댐 건설은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절정에 달했지만, 현재 이 지역에서는 기존 댐의 보수와 관리가 댐과 관련된 주된 활동이다.

반면 인도와 중국·터키 등의 개발도상국들이 여전히 대형댐을 많이 건설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대형댐 건설이 감소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걸맞지 않게 세계 4위의 대형댐 건설국가이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 온갖 댐이 가득 들어서고 있다.

▼댐의 해체▼

20세기 말이 되자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으며 안전하게 관리하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사회적·환경적 피해만 주는 댐들이 해체되는 새로운 추세를 맞이하였다.

대부분 노후한 소형댐들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500여개에 달하는 댐을 해체했으며 1998년 이후 댐의 해체 속도가 건설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댐 해체의 시대를 맞았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도 댐을 해체하고 강과 생태계를 복원시키려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형댐 건설정책이 급속한 사양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댐이 20세기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는 했지만, 건설에 따른 댓가도 톡톡히 치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 생태계에 대한 영향▼

세계의 강 유역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인구 증가·수질 오염·삼림 감소·농업과 도시용 취수 확대·대형댐 건설로 인한 강물 흐름의 변화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 가운데 댐은 수중 및 육상 생태계를 단절화시키고 변형시키는 가장 큰 물리적인 위협요인이다.

세계의 강들은 어류 종 전체의 40%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양물질 순환과 수질 정화·토양 보충·홍수 조절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9000종 이상인 세계 담수어류 가운데 최소한 20% 이상이 현재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어류는 세계 10억 인구에게 주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내륙에 위치한 여러 강 유역에서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의 대부분을 강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생태계의 변형은 강의 상·중·하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이 대단히 풍부하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는 강 하구에서도 일어난다.

강 하구를 막으면 염해가 발생하거나 망그로브 숲이 파괴되며 갯벌과 같은 소중한 습지가 사라진다.

▼대형댐의 사회적 영향▼

대형댐으로부터 혜택을 얻기도 하지만 댐의 건설과 가동은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초래해왔다.

특히 댐 건설로 인해 이주당한 주민들과 강물 흐름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댐 하류의 주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받았다. 천연자원과 문화유산이 댐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된 것은 인류 사회 전체에 대한 피해이다.

대형댐 건설로 인해 세계적으로 4000만에서 8000만에 달하는 인구가 이주되었는데, 1986년과 1993년 사이에만 매년 새로 착공되는 300여개의 대형댐 때문에 해마다 400만에 달하는 주민들이 이주되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물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물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기존의 이용가능한 수자원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커다란 사회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으며, 현실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의 전쟁이 물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들은 다소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지표면과 지하를 흐르는 물 문제가 점점 더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댐 건설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지식과 경험이 증가하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정책결정과정이 투명해지고 공개적으로 됨에 따라 댐 건설에 대한 문제제기가 증가하고 있다.

인류를 가난과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건설되어온 댐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다.

그러면 목적은 무엇이며 댐은 그 목적을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물이 생명체라면 강은 동맥이다. 댐은 이러한 동맥의 흐름을 막아 인류의 삶에 악영향을 줄 뿐이며 인류를 위해 댐을 건설한다는 구실은 더 큰 불안감을 촉발시킬 뿐이다.

마용운/환경운동연합 야생동식물 담당 ma@kfem.or.kr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함께사는길' 4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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