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컬&로]정신질환자 감시 소홀한 병원에 책임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55분


대기업 임원인 이모씨(49)는 1년 전부터 주식에 푹 빠졌다. 회사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그였지만 석 달만에 무려 2억원이나 날렸다.

‘내가 누군데, 남들도 다 이익을 내는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보나’하는 오기가 발동했고 그러면서 투자가 투기로 바꿨다. 손해는 점점 커졌고 결국 우울증과 불면증에 빠지고 말았다. 친구들이 기분전환이나 하자며 데리고 간 설악산 등반 도중 자살소동을 벌여 구급 헬리콥터로 정신병원 5층의 폐쇄병동에 후송 입원됐다.

보름 가량 치료받으면서 회복기미를 보이자 정신과 의사는 병원 3층에 있는 뇌파검사실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한 뒤 5층 입원실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엘리베이터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간호사를 밀치고 투신,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은 정신병원을 상대로 그 책임을 물었다. 의사가 자살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 폐쇄병동 밖으로 환자를 데리고 나갔고, 동행한 간호사에게도 아무런 주의를 주지않아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병원은 문진 결과 자살위험성이 없었고, 간호사를 힘으로 밀치고 도망가 뛰어 내린 것은 불가항력이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자살을 시도하였던 환자가 별안간 평화스럽게 보이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했는데 폐쇄병동 밖으로 환자를 내보냈고, 간호사에게도 밀착감시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병원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 이후 정신병원들은 환자를 폐쇄병동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했고 정신질환의 치유는 더욱 어려워졌다. 자살 우려가 높다고 환자를 감시하고, 폐쇄병동에만 두게 되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 형성이 어려워져 환자는 영원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낼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치료목적을 자살방지에 둘 것인가, 사회복귀에 둘 것인가? 물론 후자여야 한다.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두거나 묶어서는 안된다. 정신질환자도 사회로 돌아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샌현호(의료전문변호사) www.med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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