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젊은 영화인]한국 차승재씨

  • 입력 1999년 1월 7일 19시 56분


《칸 베니스 등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온 일본영화. 할리우드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한국영화. 두 나라에서 자국영화가 일어서는 시기는 젊은 영화기획자의 활약이 커진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독창성과 마케팅감각을 주무기로 영화 새시대를 연 영화 프로듀서들을 일본과 한국에서 만난다.》

▼차승재 프로듀서 ▼

9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을 꼽는다면 ‘프로듀서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다.

감독과 함께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과정을 통솔하는 프로듀서들은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을 93년 16%에서 97년 26%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접속’ ‘편지’ ‘정사’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부터 요즘 흥행돌풍을 몰고온 ‘태양은 없다’까지 97,98년 흥행작들의 대부분은 ‘프로듀서의 영화’였다.

9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파워집단으로 부상한 프로듀서들 가운데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우노필름의 차승재대표(38). 각종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프로듀서’로 꼽힌 그는 가장 짧은 시간안에 가장 많은 흥행작을 내며 급성장한 기획자다.

95년 박중훈 주연의 ‘돈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4년동안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모텔 선인장’한 편만 빼놓고는 ‘깡패수업’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처녀들의 저녁식사’ ‘태양은 없다’ 등이 모두 작품성도 인정받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한국의 기획자 ‘차승재의 원칙’을 일본 ‘센토 다케노리의 원칙’과 비교해본다면, 차승재의 첫째 원칙은 ‘본전을 회수한다’이다.

“프로듀서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는 서울에서 관객이 5만∼10만 정도 들 영화는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프로듀서들이 관객의 기호를 읽어내는 능력은 있지만 영화의 상업성을 더 중시하는 것은 단점”이라고 고백했다.

둘째, 뭔가 새로운 면이 있는 영화를 만든다. 그가 만든 영화 7편의 장르가 각양각색인 것도 일부러 그렇게 의도한 결과다. “경향이 굳어지면 프로듀서의 노하우는 소용없어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임상수감독과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기획할 때 이야기. 당초 임감독과 ‘나쁜 잠’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극장에 ‘나쁜 영화’가 내걸리는 바람에 엎어버렸다. 그리고나서 “뭔가 새로운게 없을까”머리를 짜내다가 지금까지 입에는 많이 올랐으되 영화에서 한번도 건드려보지 않았던 주제, ‘여자들의 성’을 떠올렸다. 결과는 성공.

센토처럼 그도 김성수(‘비트’ ‘태양은 없다’) 허진호(‘8월의 크리스마스’) 임상수감독 등 젊은 감독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감독과의 관계에서 차승재는 센토와 의견을 달리했다.

“감독이 야구장의 투수처럼 되어버리면 안되죠. 상업적 성격이 강한 영화라면 내가 결정권을 갖지만 작품성이 강한 영화에서는 감독의 의견이 더 중요합니다.영화현장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은 감독이니까요.”

차승재가 만든 영화의 해외진출 실적은 우수한 편. ‘모텔 선인장’은 12개국에 판매해 2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8월의 크리스마스’도 일본 프랑스에 수출했다.

그 역시 91년 영화사 제작부에서 일을 시작하기전 5년동안의 옷장사 경험이 손해보지 않는 범위내에서 영화 제작을 진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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