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 ⒂]유령, 있다는 증거 없지만…

  • 입력 1998년 5월 20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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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고스트버스터스’ 3편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이 시리즈는 유령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코믹 공포물 영화다.

영화나 소설 같은데선 유령이 진짜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 학자들도 유령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소수인 편이다.

반면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하다. ‘고스트버스터스’나 원래 만화로 유명했던 ‘캐스퍼’처럼 우스꽝스럽고 심술궂은 유령이 있는가 하면 ‘사랑과 영혼’처럼 애절한 순애보를 엮어내는 유령도 있다.

팀 버튼 감독의 ‘비틀 쥬스’에서는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젊은 부부 유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유령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19세기까지 ‘심령 연구’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과학적 연구 방법이 발달하면서 ‘초심리학’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분야의 기초를 다진 미국의 심리학자 라인 박사가 명명한 것이다.

초심리학은 원래 텔레파시 투시 염력 등의 이른바 ‘초능력’을 주로 연구하는 학문이며 유령 현상도 그 중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분야지만 외국에서는 통계학적 타당성까지 검증이 끝난 상태다.

‘고스트버스터스’에 나오는 유령 사냥꾼들도 원래는 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개봉할 당시 주인공이 자신을 ‘초심리학 박사’라고 소개하는 장면을 자막에서는 ‘귀신학 박사’라고 번역해 놓았다. 코미디 영화라서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옳은 번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에서 ‘귀신오줌’이라고 번역된 끈적끈적한 물질도 원래 ‘엑토플라즘’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 유령이 나타날 때 생겨난다는 물질로 실제로 관측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어쨌든 이러한 번역상의 문제가 미지의 학문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선입감을 부추기는 건 아닐까.

유령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건 없다’ ‘환각이거나 사기다’라는 단호한 견해가 우세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전기공학자인 세키 히데오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소립자로 구성된 물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신적인 관점과 과학적인 관점의 좁혀질수 없는 거리, 유령문제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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