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나비효과로 발생한 ‘2023 게임각축전’ [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3일 13시 31분


코멘트
올해 2023년은 유난히 PC 및 콘솔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습니다. 올해 1분기(1~3월)에 모바일을 제외한 PC, 콘솔 플랫폼 출시 게임만 무려 200개에 달했고, 수천 억 원에 달하는 개발비가 투입된 이른바 ‘AA급 게임’도 매달 1~2개씩 출시될 정도로 게임 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이렇게 많은게임이 출시되다 보니 대작들의 경쟁도 치열했는데요. 미국의 평론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90점을넘긴 게임이 무려 29개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보통은 메타크리틱점수 90점이 넘는 게임이 10개 정도 나오면 ‘올해는 게임 풍년이었다’라고 평가하는데, 무려 30개에 가까운 게임이 고평가를 받았으니 올 한해 얼마나 좋은 게임이 출시됐는지 짐작할 만하죠.

재미있는것은 이렇게 수많은 게임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나비효과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PlayApartTogether’ 캠페인. 출처=게임동아


코로나가 게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됐고,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를 적용하는 사회적인 풍토가 자리 잡았죠. 

게임 산업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게임업체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채택했지만, 개발 환경이나 프로세스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해 개발 일정에 큰 차질을 겪었습니다.

스퀘어에닉스의유명 개발자인 요시다 나오키가 ”재택근무는 매월 3~5%의 개발 일정 손해를 본다“라고 말할 만큼 재택근무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고, ‘개발이 1주일 밀리면 출시는 한 달 밀린다’는 게임업계의 격언처럼, 게임 출시 일정이 하염없이 밀리게 됐습니다.

실제로 2021년 상반기에만 출시 연기된 게임이 28종이었고, 이들 중에는 수천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주력 게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던 신작 게임은 2022년이 돼서야 본격 출시되기 시작했는데요. 게임 출시 러시가 극에 달한 것이 바로 올해 2023년이었습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서로 다른 해에 출시되어 관심을 나누어 받아야 했지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개발비가 투입된 신작 출시의 연기가 지속되자,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게임업체들이 일제히 게임을 출시해 격전을 벌이게 됐습니다.

발더스 게이트3. 출처=게임동아


2023년을 달군 치열한 게임 각축전

이렇듯 코로나의 나비효과로 올해 출시된 게임 라인업도 화려합니다. 먼저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한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3’는 전설적인 RPG인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의 23년 만의 최신작으로, 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TRPG(테이블 RPG)의 재미를 보여주었죠.

이 게임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출시가 여러 번 밀렸고, 게임 개발에 회사 자금을 전부 투입해 투자 은행에 경고를 받은 것도 모자라, 이사진이 빚을 져가며 게임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그야말로 실패하면 곧바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게임을 만든 겁니다.

다행히 발더스게이트3는 출시 직후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스팀 얼리엑세스(맛보기 게임)만으로 25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함과 동시에, 전 세계 게임 시상식을 휩쓸며 2023년 최고의 게임으로 기록됐습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출처=게임동아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더 티어스 오브 킹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8년 최고의 흥행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인 이 게임은, 물체의 이동을 역재생할 수 있는 ‘리버레코’, 장비에 물체를 붙일 수 있는 ‘스크래빌드’ 등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명작의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이 게임 역시 메타크리틱 96점을 받았는데, 다른 때 같았으면 일찌감치 최고의 게임에 등극할 법 했지만, 발더스 게이트3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스트리트파이터6’, ‘슈퍼마리오 원더’, ‘바이오하자드 RE:4’, ‘스파이더맨2’ 등 쟁쟁한 게임이 숨 쉴 틈 없이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이오하자드RE4. 출처=게임동아


한국 콘솔 게임의 원년으로 기록될 2023년

올 2023년은 한국 게임 업체들의 콘솔 시장 진출도 두드러졌습니다. 이전부터 드문드문 PC 및 콘솔 플랫폼에 도전했지만, 시도만 좋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넥슨, 네오위즈 등 대형게임 업체가 앞다투어 콘솔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했고, 이 게임들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출처=게임동아
데이브 더 다이버. 출처=게임동아


대표적인 작품이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입니다. 넥슨의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데이브는 해양 생물을 사냥하는 어드벤처 요소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결합한 픽셀 기반의 어드벤처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전세계 250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메타크리틱점수 90점을 달성해 역대 한국 게임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특히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했을 만큼 해외에서 더 큰인기를 얻어, 유력 게임쇼의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네오위즈 P의거짓. 출처=게임동아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빠질 수 없습니다.P의 거짓은 해외 게이머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은 작품으로, 출시 전부터 각종 유명 게임쇼에서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습니다.

지난 10월 정식 출시된 P의 거짓은 한 달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메타크리틱 점수 80점을 받아 수작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2023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도 최고상인 대상을 포함해 6관왕에 오르기도했습니다.

퍼스트 디센던트. 출처=게임동아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한국 게임 업체들의 콘솔 게임 시장 진출은 올해를 시작으로 더욱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 등 다수의 게임을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고, 엔씨소프트 역시 오픈월드 슈팅 게임인 ‘LLL’, ‘배틀 크러쉬’,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장르를 표방한 ‘프로젝트M’ 등 다양한 게임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출시 예정인 넷마블의 ‘파라곤:디 오버프라임’,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크래프톤의루트슈터 게임 ‘프로젝트 블랙버짓’, 액션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 골드러시’, 시프트업의‘스텔라 블레이드’ 등 여러 콘솔 게임이 개발되고 있습닏다. 

스텔라 블레이드. 출처=게임동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올해 2023년을 보내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게임 업체들이 내년에는 어떤 게임으로 또 전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할지 기대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