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컷 카나리아 '섹시한' 구애노래의 비밀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54분


노래소리로 건강을 과시하는 카나리아 수컷.
노래소리로 건강을 과시하는 카나리아 수컷.
수컷 카나리아가 암컷을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는 자신의 건강함을 과시하기 위한 기교가 담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5년 프랑스 파리 제10대학의 에릭 발레, 미셀 크로이처 박사팀은 카나리아 수컷의 노래 가운데 암컷을 유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섹시한 음절’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이 음절을 녹음 테이프를 새장의 암컷에게 들려주자 곧바로 교미 자세를 취할 정도였다는 것.

최근 프랑스 연구팀에 합류한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로드릭 서더 박사는 섹시한 음절의 무엇이 암컷에게 어필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섹시한 음절은 발성기관의 근육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지 못하면 낼 수 없는 소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암컷은 이 정도의 기교를 부릴 수 있는 수컷이라면 배우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사람의 발성기관과 달리 새의 발성기관은 두 개의 관으로 돼 있다. 새는 이러한 발성기관으로 두 가지의 소리를 따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서더 박사는 카나리아 수컷의 양쪽 발성기관에 센서를 부착해 근육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수컷이 부르는 노래 중 섹시한 음절은 양쪽 발성기관에서 내는 두 가지 노래 소리를 초당 16번 정도의 속도로 아주 빠르게 번갈아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3일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 조류학자를 추모하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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