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2>美 소설가 루이즈 어드리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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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받는 인디언의 삶, 유머와 풍자 통해 고발

《올해 6회째인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작가 2명이 포함됐다.

루이즈 어드리크(62)와 레슬리 마몬 실코(68)는 ‘인디언’으로 알려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을 문학 작품으로 표현했다.

어드리크는 소설 ‘사랑의 묘약’ 등을 통해 백인의 제도 아래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원주민의 역사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성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루이즈 어드리크는 올여름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의 인물들이 겪는 고통을 묘사한 새 소설 ‘라로즈’를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보였다. 이 소설에서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이어진다. 문학동네 제공
루이즈 어드리크는 올여름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의 인물들이 겪는 고통을 묘사한 새 소설 ‘라로즈’를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보였다. 이 소설에서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이어진다. 문학동네 제공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을 대표하는 루이즈 어드리크는 놀랄 만큼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닮았다. 어드리크는 대표작 ‘사랑의 묘약’(1984년)에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 채 미국 정부가 정해 놓은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소외된 삶을 묘사한다. 그는 이를 통해 백인 지배이데올로기의 억압, 전통문화의 상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원주민의 내부 갈등을 탐색한다. ‘토지’와 ‘사랑의 묘약’ 속 등장인물은 모두 자신들의 토지를 빼앗고, 오래 간직해온 전통문화를 말살하려 하는 지배문화 속에서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어드리크는 자신의 소설에서 노스다코타 주의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 치페와 부족의 두 가문 캐시포와 라마르틴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써나간다. 어드리크는 원주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백인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예컨대 ‘사랑의 묘약’의 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백인들은 우리에게 쓸모없는 땅을 주었다가 다시 빼앗아갔고, 우리 아이들을 데려다가 우리 말 대신 영어를 가르쳤으며, 모피를 가져가려고 우리에게 술을 팔았으면서도 이제 와서는 우리에게 금주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어드리크의 주인공들은 백인문화를 적대시하거나 철저히 거부하지 않는다. 백인문화가 이미 원주민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어드리크의 전략은 암울해 보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상황을 투쟁이 아닌 블랙유머와 패러디를 통해 보여주고, 그 해결책을 원주민 특유의 환상적, 신화적 기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사랑의 묘약’의 화자 중 한 사람인 넥터 캐시포는 할리우드 영화나 그림에 깃들어 있는 원주민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을 유머와 풍자로 폭로해 독자들을 웃긴다.

어드리크는 ‘사탕무 여왕’(1986년) ‘발자취’(1988년) ‘빙고 궁전’(1994년)에서도 원주민을 통해 이 세상 모든 피지배 계층이 처한 상황을 고발한다. 그리고 지배문화에 의해 삶과 언어와 역사를 빼앗긴 채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사랑의 묘약’에 등장하는, 정신이 이상한 수녀들이 사는 언덕 위의 수녀원, 원주민 제리가 갇혀 있는 교도소, 바르고 총명했던 헨리 라마르틴 주니어를 징집해 정신이상자로 만든 베트남전도 모두 원주민을 억압하고 세뇌하는 백인 지배문화의 상징이다.

어드리크는 독일계 미국인과 원주민의 혈통을 이어받았으며, 가톨릭과 원주민의 토속신앙을 동시에 믿고 있다. 어드리크는 그 두 요소가 충돌하고 갈등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합과 조화를 통해 포용력과 인식의 확대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백인문화에 섞여 살기는 하지만, 나를 인도해줄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최근 소수인종 문학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어드리크의 작품들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그는 가장 촉망받는 아메리카 원주민계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공인받고 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서울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루이즈 어드리크는…

1954년 미국 미네소타 주 리틀폴스에서 치페와 족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트머스대(학사)와 존스홉킨스대(석사)를 나왔다.

장편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단편 ‘붓꽃’으로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받았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장편 ‘비둘기 재앙’은 2008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남편 마이클 도리스와 함께 ‘발자취’ ‘빙고 궁전’ 등을 집필했고 장편 ‘사탕무 여왕’ ‘정육점 주인의 노래클럽’ ‘네 개의 영혼’ 등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독립서점 ‘버치바크 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사랑의 묘약’ ‘라운드 하우스’ ‘비둘기 재앙’ ‘그림자밟기’가 출간됐다.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루이즈 어드리크#토지#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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